삼성테스코의 IT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진 상무가 ‘IT’를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하루의 절반 이하다. 요즘 김 상무는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OM(Operating Model)을 설계하는 데 쏟는다. IT를 개별적 주체가 아닌 ‘총체적 역량’의 관점에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상무는 “OM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 그리고 정보기술을 균형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최고의 유통기업이 되기 위한 끊임 없는 자기 변화 과정이 OM의 역량 강화로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OM2.0 전 세계 확대 중=글로벌 테스코의 IT전략은 2년 전 대변혁을 맞았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IT솔루션, 사람 및 조직 등 세 요소를 동시에 키워나가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TINAB(Tesco in a Box)에서 TOM(Tesco Operating Model)으로 본격 전향했다. TOM은 세 요소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기업의 총체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는 데서 나온 IT 경영기법이다.
김 상무는 “초창기 글로벌 테스코의 IT정책은 새롭게 적용되는 IT 애플리케이션들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를 이끈다는 다분히 IT 중심적인 관점이었다”면서 “그러나 세 가지 역량을 동시에 키워나가야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어느 하나만을 우선시하면 다른 역량이 따라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OM이 탄생했고 지난해 이후 모든 IT전략이 OM이라는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설계 및 적용되기 시작했다. 상품정보 관리, 재고 및 발주 관리, 가격 및 프로모션 관리, 점포 운영 등 유통업의 기본에 집중했던 OM1.0 버전에서 발전해 현재는 정교함과 관리 역량을 높인 OM2.0 버전이 전 세계에 걸쳐 확산 적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테스코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 등으로 인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OM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 넓은 물류 조건과 소규모 점포 업태에 맞는 OM 설계와 식음료에 특화된 물류 및 MD시스템 개발이 이뤄지는 등 종합적 OM의 관점에서 IT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더 큰 그릇을 만드는 해’=올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 통합된 홈에버와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 업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이를 ‘더 큰 그릇을 만드는 해’라고 표현했다.
특히 SRD(Space, Range, Display) 프로젝트를 통한 MD시스템 업그레이드와 함께 OM 역량을 지속 개선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SRD 프로젝트는 상품의 진열과 종류·진열방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연결, 소비자 만족과 유통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프로젝트다. 또 별도 협의체를 통한 보안 강화와 재해복구(DR)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리스크 관리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를 개선하고 뷰포인트 시스템으로 회사와 직원 간 공유의 장을 대폭 확대한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의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제안시스템을 확대한 홈플러스지식은행(HKB:Homeplus Knowledge Bank)도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테스코는 현업 부서의 정보시스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올초 각 현업과 IT 운용 서비스수준협약(SLA)을 맺고 매월 이 기준에 근거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부 내에서도 인프라를 관리하는 팀이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하는 팀과 별도 운용수준협약(OLA)을 맺어 운용 내용을 평가받고 있다.
김 상무는 협력업체들과의 신뢰와 상생 기반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상호 공급 기획예측 프로그램(CPFR)과 벤더 중심 재고관리(VMI)를 확대 적용해야 하며 물류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선행 물류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버 가상화와 저전력 사용 모니터 등으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페이퍼리스 사무실을 구현해 녹색경영에도 큰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테스코의 중추 ‘한국 IT’=현재 영국 글로벌 테스코 본사에는 한국 직원들이 주재하며 전 세계 표준 솔루션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테스코그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한국 인력들이 글로벌 테스코그룹의 IT표준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김 상무는 2002년 TINAB 개발에 참여, 이를 테스코그룹 표준 솔루션으로 정착시키고 전 세계에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 글로벌 테스코 IT의 주역이다. 김 상무는 “당시 IT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한국의 동료들이 현재 전 세계 5개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중국·미국 등지의 개척 시장은 물론이고 인수합병과 독특한 유통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테스코에서도 한국 인력들을 중심으로 점포 운영 프로세스 정립과 시스템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김 상무는 “한국 인력과 IT 실력의 우수성이 입증된 결과”라며 뿌듯해 했다.
인도에 소재한 테스코그룹의 IT센터인 힌두스티안센터(HSC)를 설립할 때도 한국 직원 3명이 상주하며 기초를 닦았다. 현재 HSC는 IT 개발은 물론이고 영국 본사의 송장업무 대행 등으로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김 상무는 전했다. HSC는 그룹 표준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영어권 국가의 IT 운용을 지원, 영국 본사와 미국의 헬프데스크 서비스와 각종 시스템 운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김동진 삼성테스코 상무는
2002년 테스코그룹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프로젝트 총괄이사로 삼성테스코에 입사했다. 약 3년 간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영국 본사에서 6개월 간 근무하면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TINAB로 그룹 솔루션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1년 반을 일본에서 근무하며 일본 비즈니스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그룹 표준을 적용하는 데 기여하는 등 글로벌 테스코그룹의 IT정책을 개발·표준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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