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증자도…홀대 받는 `中企`

 #1. 업력 8년의 중소기업 A업체 사장은 최근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들고 기술보증기금을 찾았지만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 최근 사업실적이 좋지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기보 직원은 신규 창업한 업체라면 기술평가만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지만 업력이 8년이나 된 회사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않으면 지원을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A업체 사장은 사업성있는 새 아이템이 있다면 차라리 별도 회사를 만들어 다시 심사를 청구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비공식(?) 해법을 들었다.

 #2.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B회사는 계열사가 2개 있다. 별다른 사업을 하는 계열사는 아니다. 직원도 3개사를 합쳐도 12명에 불과하다. B업체 사장은 정책자금 지원이 신규 창업기업에 집중되고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열사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자금 지원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특허를 이전하고 별도로 세무신고를 해야하는 등 불편을 겪게 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신규 창업업체 위주로 집중되면서 오랜기간 사업을 해온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더 많은 사업 경험을 쌓았고 고용창출 등에서 이미 역할을 해온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신생업체에 비해 홀대를 받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업력 7년 미만 기업으로 한정해 창업초기기업육성자금을 우대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7년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도 지원이 있지만 규모는 계속 축소되는 추세다.

 기보는 보증을 위해 최근 3년간의 재무제표를 요구한다. 신생 창업기업은 기술평가만을 받지만 업력이 있는 회사들은 차입금 규모나 최근 경영성과 등이 자금을 지원받는 데 걸림돌이 되는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별도 법인 신설 등의 편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들은 창업보육·1인창조기업·신성장 녹색성장 기업 육성 등에 집중돼 있다. 여러 기관에서 앞다퉈 창업지원에는 열을 올리지만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기존 업체의 사업구조 변경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극히 낮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기업 대부분은 은행권 차입이나 증자 등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다. 무능한 기업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신생업체가 경험하지 못한 노하우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A업체 사장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사업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얻어왔다. 신생 중소기업보다 (사업을)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다”며 “오랜기간 직원도 고용했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는데 단순히 창업 아이템만 들고 나온 신생업체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업체 임원도 “똑같은 아이템을 신생기업이 들고가면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업력있는 기업이 제안하면 채택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 업력있는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중기청이나 중진공 등은 창업 지원 위주의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전반적 정책기조가 신규 창업을 유도하고 이들에 지원을 집중하는 쪽으로 잡혀있는 것은 맞다”며 “기존 업체를 홀대한다기 보다는 한정된 자원을 신규 창업에 집중해 도전의 기회도 만들고 고용도 늘려보자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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