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나는 얘기가 있다. 원숭이 요리로 유명한 중국의 한 요릿집은 직접 원숭이를 우리 안에 기른다고 한다. 그런데 원숭이는 약간의 지능이 있어서 주인의 행동을 눈치챈다고 한다.
우리로 다가오는 주인을 보면 먹이를 주러 오는 것인지, 요릿감을 고르러 오는 것인지 안다는 것이다. 주인은 손님으로 하여금 요릿감을 지목하도록 한다.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다.
손님이 한 원숭이를 지목하면 숨소리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던 우리 안이 갑자기 원숭이들의 괴성으로 가득차고, 심지어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이 요릿감으로 선택되지 않은 기쁨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원숭이는 요릿감으로 지목된 원숭이를 우리 밖으로 내던지기까지 한다고 한다. 어서 빨리 요릿감을 가져가라는 행위다. 언젠가는 자신들도 요릿감으로 선택될 텐데도 말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요즘 기업의 풍속도다. 경기회복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이제야 현실화하고 있다.
위기경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위기경영이란 것이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것보다 손쉬운 방법을 우선적으로 강구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위기경영의 실체가 슬림경영론인 경우가 많은 이유다. 비용을 줄이고 임금을 깎는 것은 예사다. 투자는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다. 기업은 유보금이란 명목으로 자금을 쌓아두면서도 비상경영이란 이름으로 제 식구를 떨궈내자고 한다. 이른바 기업이 살아야 직원이 살 수 있다는 논리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소리 없이 먼저 일어난다. 관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 울타리 내에 있는 임직원들이 대상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관가에 있는 사람들을 울타리 안의 원숭이에 비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더욱 그렇다.
실제로 국내 어느 기업의 얘기다. 위기가 오는 듯하자 구조조정 얘기가 곧바로 튀어나온다.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안이 만들어진다. 생산성과 무관하다. 미래와도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인재가 자산이라는 명언도 통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줄이는 게 목표가 된다.
사람이 타깃이 된다. 임직원 간 반목이 생겨난다. 이른바 ‘칼잡이’라는 사람이 나선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실과는 다른 루머들이 양산되며, 갈등이 고조된다. 요릿감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상호 요릿감을 만들어내는 형국이다.
당연히 현재 경쟁관계에 있거나 미래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사람이 밀리기라도 하면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 같은 말들을 내세운다. 잠시 요릿감에서 벗어났을 뿐인데도 호들갑을 떤다는 것이다.
유비무환의 정신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업도 그렇지만 개인은 특히 그렇다. 언젠가는 떨려날 운명이면서 영원할 것처럼 오버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더더욱 큰 문제다. 결정권자든 아니면 조직인이든 모두 개인으로 돌아가면 그렇다는 얘기다.
위기극복 능력이 탁월한 기업일수록 위기일 때 내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요하다면 외부의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공격경영에 나선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은 어디에도 맞지 않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원숭이의 일화에서 보여주는 이 아침의 메시지다.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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