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후방업체들, 셀업체들과 상생협력 시작

 최근 태양전지용 웨이퍼 업체 A사는 지난해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로부터 제품 가격을 인하해줄 것을 요구받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태양전지 산업이 급격한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시장이 최고점일때 체결한 웨이퍼 장기공급계약 탓에 원자재 가격은 제자리기 때문이다. 계약대로 거래할 경우 A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당분간 인하된 가격에 웨이퍼를 공급키로 했다. 태양전지 업체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다 도산하면 당장 그 여파가 웨이퍼 업체에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다.

 태양전지 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원자재를 공급하는 후방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하해주는 등 셀 업체들과의 상생노력에 나섰다. 그동안 해외 폴리실리콘·웨이퍼 업체들이 재계약을 통해 가격을 인하한 적은 있었지만 국내 업체들이 조정에 나선 경우는 드물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태양전지 웨이퍼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존 장기공급계약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반입 시기를 늦춰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태양전지 시장이 회복될때까지 유지되는 일시적 조치지만 서로 힘을 합쳐 파고를 넘어서자는 의지다. 웨이퍼 업체 B사의 경우 연간 계약된 공급물량 공급시기를 시황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로 일부 유예해주기로 했다. 가뜩이나 현금이 말라가는 셀 업체에 재고부담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다. 또 다른 웨이퍼 업체 C사 관계자는 “최근 모듈 완제품 시세대로라면 태양전지 업체들이 원자재를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셀·모듈 업체들이 도산하면 웨이퍼 업체들도 위험해지는 만큼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정형 태양전지의 경우 셀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폴리실리콘·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태양전지 업체들이 서둘러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작년 국제 스팟시장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4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연말께 15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지금은 7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폴리실리콘을 가공한 웨이퍼 가격도 지난해 9월까지 장당 11∼12달러에 거래되다가 최근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해외의 경우 양사 협의를 통해 시장가격 이하로 신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과거 높은 가격으로 맺은 장기공급계약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중국 태양전지 업체 선텍 관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MEMC와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 일부를 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곧 태양전지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회복되면 앞서 맺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다시 거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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