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IPTV 서비스도 시작됐고 케이블TV도 여전히 활황이다. 이런 콘텐츠 과잉 트렌드에 누가 영화관을 찾겠나. 밀폐된 공간에서 만나는 영화가 작품 그 이상의 감동이 있지만 최근엔 영화만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잠시 영화관을 떠나보기로 했다. 충무로를 떠나 케이블TV로 직행했다. 이번주부터 욕 먹을 각오로 케이블TV 속 전문 채널을 집중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물론 영화다.
현재 케이블 PP 중 영화를 방영하는 채널은 많지만 ‘영화 채널’을 표방한 곳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CJ미디어의 XTM, 온미디어의 OCN 정도다. 이 둘은 우리나라 영화 채널의 양대산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이 구도를 깨기 위한 발악(?)이 있었다. 바로 티캐스트가 ‘스크린(SCREEN)’이라는 채널을 신규 탄생시킨 것이다. 사실, 티브로드의 PP인 이 회사가 영화 채널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CJ와 온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영화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부터 차별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문적 비판까지 이유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캐스트는 영화 채널을 덜컥 만들었다. 그것도 스크린이라는 정말 영화스러운 이름으로 말이다. 스크린의 슬로건은 ‘영화가 보고 싶을 때’다. 영화가 그리울 땐 항상 틀어 놓으라는 의미? 그렇다. 스크린의 편성 방침은 한곳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티캐스트가 스크린을 만들 때 고려한 것은 단 네 가지였다. 장르의 충성도, 콘텐츠 차별화, 타임 블록 존 설정, 친절한 스크린 등이 그것. 장르의 충성도는 영화 채널의 본심을 지키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스크린은 다른 영화 채널 대비 주 장르인 영화 편성비율이 높다. 제작진은 “경쟁사는 영화 비율이 70∼80%인 데 비해 스크린은 90% 이상을 영화로 편성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드라마 시리즈 및 오리지널 자체 제작물 등을 주력 시간대에 편성해 영화 전문 채널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차별화도 강점이다. 스크린에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영화제 수상작이나 유럽, 남미 등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편성해 TV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예술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영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엘리트 스쿼드, 몬스터, 누들 등 다른 채널에서 보기 힘들었던 예술 영화가 방영됐던 이유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스크린 제작진은 시간을 사유화한다. 스크린의 프라임 타임은 경쟁 채널 대비 1시간 늦은 오후 11시다. 기존 22시 편성의 틀을 깬 영화채널의 새로운 패턴을 그들은 추구한다. 이는 영화의 주 시청자인 20∼40대 시청자가 지상파 드라마가 끝난 23시에 영화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크다는 자체 분석에 기인한다. 또 시간마다 특색 있는 영화를 연속 상영하는 ‘타임 블록 존’도 특이하다. 새벽 1시엔 만지고 싶은 스크린으로 성인들을 위한 특집 블록 편성인 ‘터치 스크린’이 매주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채널에서도 볼 수 없는 시청자 중심의 친절한 스크린이 눈에 띈다. ‘무비 인포’를 서비스해 영화 중간에 배우, 감독, 감상 포인트 등을 요약해 알려줌으로써 시작을 놓친 시청자까지도 배려하고 화면 하단에 ‘듀레이션 바’를 노출해 전체 러닝타임 중 현재 영화의 어느 부분을 시청하고 있는지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또 영화의 흥미 장면만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강점을 가진 스크린에선 이달 신규작으로 여친소, S다이어리, 얼굴 없는 미녀, 몬스터, 무간도Ⅲ, 캔디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나 아날로그는 주로 20∼22번대, 디지털은 주로 105∼115번대에 스크린이 포진하고 있다. 기대하기 바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모든 지역에서 스크린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후발주자의 설움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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