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후 한·미 양국 벤처캐피털 산업이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벤처 붐에 버금가는 펀드 결성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유례없는 자금 확보난과 함께 펀드 결성·투자가 급감하며 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IT, 신성장, 녹색성장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28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 등을 인용해 공개한 ‘한·미 양국 벤처캐피털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4월까지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2874억원으로 작년 동기 2335억원을 뛰어 넘었다. 경기침체로 극도로 악화됐던 신규 투자 규모는 1∼4월 1804억원으로 작년 동기 2057억원에 비해 다소 작지만 올해 들어 3월까지 투자실적이 944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4월에 크게 회복됐다.
미국은 펀드 결성과 투자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까지 급락했다. 올해 1분기 펀드결성금액은 43억1600만달러로 작년 동기 71억2000만달러에 비해 60%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투자 규모는 더 심각해 작년 1분기 77억4100만달러의 절반을 크게 밑도는 30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자금 회수 역시 올해 1분기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사례는 한 건도 없고 인수합병(M&A)도 6억45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IPO를 통한 자금 회수가 4억7020만달러, M&A는 133억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금 회수가 힘든 상황에서 펀딩도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산업이 침체에 빠진 것은 금융위기로 금융산업 전체가 흔들리면서 자금이 금융 쪽으로 쏠리지 않는 데 기인한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로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인 벤처캐피털 산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민간자금은 여전히 벤처캐피털 산업 투자에 인색하지만, 세계적으로 경기가 가장 앞서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외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고 여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리스크해지(위험분산)를 하자 돈이 집중되고 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가 벤처펀드에 지원을 하지 않아 이번 금융위기 여파를 크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활용해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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