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관둬. 미안해, 내가 졌다”는 사과를 받아냈지만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 때가 있다. 직원과 업무 점검을 하다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말에도 표정과 감정이 있다. 뉘앙스에 따라 남편의 사과가 진정한 반성이기도 하지만 비아냥거림일 수도 있다. 직원이 약속한 “알아서 하겠습니다”도 ‘참견 말고 그냥 두라’는 입막음일 수 있다.
맥락과 때에 따라 뉘앙스는 달라진다.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가는 것이 인간 문명의 발달이라지만 뉘앙스는 참 말로 설명하기 복잡하다. 소리, 감정, 언어 등의 미세한 차이를 말하는 뉘앙스는 본래 색조, 명암 등 서로 다른 특색을 나타내는 미술용어다. 빨강색도 연한 색에서 진한 색까지 섬세한 빛깔의 차이가 있듯이 말도 어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마다 뉘앙스가 같지 않다. 뉘앙스에 사랑이 담겨 돋았던 감정도 누그러지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잊었던 분노마저 솟구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방법도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메라비언은 사람이 말할 때 내용은 7% 정도고, 자그마치 93%가 어조나 표정, 제스처 같이 무언의 방법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했다. 우리 모두 상대가 항의하는 내용보다 무시하는 어투에 더 화가 나는 일이 허다하다. 딱 잘라 안 된다고 빠르게 말하는 것과 머뭇거리다가 깊고 낮은 어투로 부득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확실한 주장, 단호한 결정은 높고 빠른 뉘앙스로 해야겠지만 불확실한 추측이나 개인적인 하소연은 낮고 느린 뉘앙스가 더 맞을 수 있다. ‘지금 어디야?’ 하는 질문이 때로는 상대를 걱정하는 애교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의심하는 취조형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말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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