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양판업계에서 '월드컵 특수'가 실종됐다. 과거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대형 TV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가전 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것과 대조된다. 스마트폰, PC 등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수요가 늘면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대형 TV 교체를 촉진했던 현상이 소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TV 판매량은 지난해 5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전자랜드의 TV 판매량도 전년 대비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기록했다. 오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도 구매 수요가 전혀 늘지 않은 셈이다.
이는 과거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TV 판매량이 수십 퍼센트씩 폭증했던 전례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과거 가전양판업계는 국제 대회가 열리기 직전을 TV 교체 수요가 집중되는 최대 대목으로 꼽아왔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6월 14일~7월 15일) 직전인 6월 1~10일 55형 이상 대형 T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급증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한 달에도 대형 TV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뛰었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전 한 달간 대형 TV 판매량은 25% 늘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1개월 간도 15%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TV 보급률이 95% 안팎으로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데다 대형 TV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이벤트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를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TV로 함께 시청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스포츠 중계 시청 채널이 TV 중심에서 모바일과 PC, 노트북, 태블릿, 게이밍 모니터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수백만원대 TV를 새로 구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문화 역시 TV 구매 동기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대형 가전 구매에 신중해지면서 TV보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가전, 생활가전 등 체감 활용도가 높은 제품으로 관심을 돌리는 추세다.
가전양판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대형 TV 판매를 견인했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특수'가 크게 약화됐다”면서 “실시간 중계 시청 채널 다변화에 따라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TV 교체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영향력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