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투톱인 미국과 일본,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D램 분야에서 일본이 대만과 손잡은 것을 신호탄으로 지난 3월 일본과 미국이 소재·환경·에너지 등 8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공동연구를 포함한 포괄적 제휴를 선언했다. 이달 들어 차세대 휴대폰과 이동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았다. 과민 반응일 수 있겠지만 첨단 과학·기술·통신 분야에서 열강들의 짝짓기가 활발한 가운데 유독 한국만 소외되는 느낌이다. 가전에 이어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 한국에 추월당한 일본이 최근 진행되는 국가 간 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일본이 미국·중국·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 등 신흥국에 내줄 수 없다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G 이동통신을 비교적 일찌감치 도입해 성공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휴대폰 제조기술은 단연 세계 1위다. 반면에 일본은 지난해 대부분의 휴대폰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기술력은 차치하고라도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나 마케팅 전략에서 우리나라에 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력에선 우리보다 한 수 위다. 지난달 말 아소 총리가 중국을 다녀온 후에 일본은 이번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기술협력 합의 조인을 이끌어냈다. 3G를 포함한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을 노린 포석이다. 중국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의 잠재력은 무긍무진하다. 알카텔루슨트는 최근 3G 이동통신 서비스 투자가 활발한 중국에서 17억달러 규모의 장비 계약을 따냈다.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정부는 3G 이동통신서비스를 조기에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까지 4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의 외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와이브로 전도사’를 자처했다. 와이브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휴대폰을 포함한 이동통신 분야도 정부의 외교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우리 정부에도 이동통신을 포함한 IT전도사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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