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몰타, 유럽 IT허브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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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유럽 끝자락에 있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유럽 각 나라를 따라가 보면 유럽 대륙 끝에서 만나는 나라다. 지도가 마치 공을 차는 형상이어서 유럽 축구 열기를 보여줄 때 심심찮게 등장한다. 시칠리아 섬 옆에 돋보기로 꼼꼼히 챙겨 보면 마주치는 섬이 하나 있다. 바로 ‘몰타’다. 시칠리아에서 100㎞ 떨어져 언뜻 보면 무인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도 엄연한 공화국이다. 면적은 우리나라 강화도 정도로 국민 약 4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지중해에 있는 근사한 휴양지로, 최근에는 유학 열기와 맞물려 유럽에서도 값싼 어학연수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몰타는 실제로 지중해 대표 휴양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유적지와 섬나라 특유의 탁 트인 자연 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유네스코(UNESCO)에서 인류가 평생 간직해야 할 유적지의 하나로 지정할 만큼 섬 전체 가치가 높다. 몰타 역사는 우리와 비슷한 6000년을 자랑한다. 바로크풍 수도 ‘발레타’와 기원전 3600년께 만들어진 무덤 ‘하이포게엄’, 소용돌이 모양의 그림과 여러 가지 상징물 등 문화 유적이 섬 곳곳에 빼곡히 들어차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러나 이는 몰타의 단면에 불과하다. 몰타는 지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인텔리전트 아일랜드(Intelligent island)’다. 과거 지중해 휴양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첨단 섬’으로 이미지 변신 중이다. 과거 몰타가 관광객의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비즈니스맨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지난달 15일에서 20일까지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미디어·시장조사업체·IT컨설팅 관련 전문가들로 붐볐다. 오는 9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 예정인 세계적인 가전 전시회 ‘IFA’ 사전 행사가 열린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메르세 베를린 측은 유럽에서 몰타는 IT행사 개최 후보지 ‘1순위’로 꼽힌다고 말했다.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콩알’만 한 섬을 통신·IT 전문가가 찾는 배경은 단순하면서 명확하다. 유럽에서 가장 앞서 IT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IFA 행사를 주관했던 피터 웨버 독일 유로컴 컨설턴트는 “유럽에서 관광을 위해 몰타를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정보통신 관련 세미나·심포지엄 혹은 전시회 참가를 위해 찾는 비즈니스맨이 많을 것”이라며 “그만큼 유럽 기업에 IT 인프라를 잘 갖춘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몰타 수도 발레타를 거점으로 주요 도시를 찬찬히 훑어보면 인텔리전트 아일랜드로 변하는 미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몰타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물밑에서 변신을 시도해 왔다. ICT·교육과 같은 미래 자원에 승부수를 내걸었다. 결정판은 2006년 몰타 정부가 발표한 ‘ICT 비전’이다. 선언문에서 몰타는 네트워크 정보사회 건설을 통해 지식 기반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인텔리전트 아일랜드’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타는 이후 인프라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정보화 투자에 나섰다. 이 덕분에 세계경제포럼은 2007년(2006∼2007)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보화 환경을 구축한 두 번째 국가로 몰타를 선정했다.

 몰타가 ICT에 남다른 욕심을 보이는 배경은 IT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매력적인’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먼저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총면적이 제주도 6분의 1에 불과하다. 지역이 작아 손쉽게 모바일·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몰타를 가장 먼저 주목한 업체가 바로 세계적인 통신사업자 ‘보다폰’이다. 영국 보다폰이 해외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법인을 설립한 곳이 바로 몰타다. 1990년 몰타에서 ‘보다폰 1호 해외 법인’이 출범했다. ‘몰타 보다폰’은 지금도 보다폰 역사에서 가장 작으면서 오래된 해외 법인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몰타 전역은 모바일 통신망과 초고속망이 다른 유럽 지역 나라에 비해 탄탄하게 깔려 있다. 2001년부터 추진한 e정부 덕택에 정부 업무의 90%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게다가 몰타는 크기는 작지만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유럽 대륙에 진출하는 관문이자 해로로 손쉽게 아프리카에 진출할 수 있다. 300㎞ 정도면 아프리카에 도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몰타는 지중해 패권을 노리는 열강의 침략을 수없이 받았다. 여러 국가 유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수준도 높다.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1만9900달러다. 인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 면에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록돼 있다. 1000명당 525대로 거의 두 명에 한 대꼴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업률도 6%대다.

 전략적 거점 도시이자 앞선 IT 인프라 덕분에 글로벌 기업도 속속 몰려 들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적은 인구와 좁은 국토 면적이지만 이미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은 몰타에 명함을 내밀었다.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HP·SAP 등이 유럽과 아프리카·중동 지역을 겨냥한 오퍼레이션 본부를 이곳에 두고 있다.

 스테파토 베티니 SAP 몰타지사장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이상적인 지역이자 교육 수준이 높아 몰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몰타는 아예 인도와 같은 글로벌 IT 아웃소싱 지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데다가 영어가 공용어여서 지역 주민 대부분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인건비와 유지 비용도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30%나 싸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포함한 고급 인력 양성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대학도 곧바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과제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바꾸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고용·교육 훈련공사(ETC)를 통해 ICT 방법론을 파악하고 ICT 고용과 교육 훈련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몰타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일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수한 교육 인력과 최첨단 ICT를 기반으로 미래 인텔리전트 국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뉴(새로운)’ 몰타를 위한 닻은 올랐다.

발레타(몰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몰타 ICT비전의 결정판 ‘스마트시티@몰타’

 몰타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비전의 백미는 ‘스마트시티@몰타’다. 스마트시티는 두바이 ‘인터넷·미디어시티’와 같은 첨단 IT·미디어 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도시 전체를 앞선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첨단 도시로 완전히 바꿔 놓는 게 목표다. 스마트시티는 두바이 국왕 셰이크 모하메드가 99.67% 지분을 소유한 테콤 등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건립에 나섰다. 두바이에 이어 두 번째로 낙점한 국가가 바로 몰타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세 번째 후보지로 경합에 나선 상황이다.

 @몰타는 몰타 남부 칼카라 지역 36만㎡(10만9000평)에 약 2억7500만유로(약 4000억원)를 투자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2월이면 1단계 공사가 끝난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IT 분야에서 5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몰타는 국가 차원에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몰타가 구축되면 실질적인 ‘유럽의 IT허브’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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