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샤토 라투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들으면 생각나는 와인. 라흐마니노프가 태어난 러시아의 깊은 숲 향기가 피어오르고 강한 생명력을 찬양하는 듯한 웅대하고 신비한 음악에 견줄 수 있는 와인으로 ‘신의 물방울’ 저자는 샤토 라투르를 꼽았다.

 그는 라투르의 맛을 화려하고 중후하면서 로맨틱한 선율과 같다고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워낙 비싸서 쉽게 손에 잡기 어려운 와인이지만 이 라투르는 한번 맛본 사람에게 강한 영감을 심어 주는 마법과 같은 와인이다. 샤토 라투르는 보르도 포이약 지역의 지롱드강 옆에 있어 테루아 측면에서 천혜의 선택을 받았다. 카베르네 소비뇽 75%, 메를로 20%, 카베르네 프랑 5%, 프티 베르도 1%의 배합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보르도 와인의 5대 특등급 와인 중 가장 남성적인 와인으로 손꼽힌다.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20∼50년 지난 후에 마셔야 한다.

 라벨도 꽤 인상적이다. 보르도는 항구 도시라 자주 해적이 나타나므로 방어 차원에서 성곽을 쌓았고 망루로 사용했던 탑(생랑베르의 탑)을 라벨로 썼으나 지금은 탑도 없어졌다. 라벨에는 탑 위에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한 마리가 올라가 있는데 마치 와인의 제왕다운 이미지를 전해 준다.

 라투르는 연간 2만병 정도 생산하며 세컨드 와인으로 ‘레 포르 드 라투르’가 있는데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해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세컨드 와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샤토 라투르의 맛은 우선 잘 조합된 타닌이 부드럽게 목을 휘감기며 넘어가고 피니시가 길어서 와인의 뒷맛이 황홀함을 느끼게 해 준다. 호도향, 블랙커런트 향, 미네랄 등의 아로마가 느껴지며 짙은 루비 색상도 입맛을 자극한다.

 지난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찬 장소에서 샤토 라투르와 리델 잔을 내놓아 세계 와인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몇 년 전 전경련 회장단 만찬 시 라투르 1982년산이 등장해 ‘회장의 와인’ 이라는 소리도 듣기도 한 대단한 와인이다.

 보르도의 유명 와인들은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주인이 가끔 바뀌어 왔다.

 라투르도 예외 없이 주인이 서너 번 바뀌었는데 한때 보르도 와인의 대부라고 불린 니콜라 드 세귀 후작이 라투르, 라피트, 칼롱세귀 등 저명한 와인을 소유하면서 최고의 명성을 날렸다. 그가 270년간 소유하다가 영국의 피어슨 그룹에 팔려 프랑스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으나 최근 다시 프랭탕 백화점 주인인 프랑수아 피노가 인수함으로써 프랑스인 소유로 넘어왔다. 피노는 대대적인 공사를 해 거대한 와인 저장고를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유명한 와인 작가인 휴 존슨은 ‘라피트가 테너라면 라투르는 베이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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