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국 기업 `SI 경계령`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미국 첨단 정보기술(IT)의 본산인 실리콘밸리가 돼지 인플루엔자(SI) 사태 영향권에 들면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SI 경계령’을 발동하면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 포스코 등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주요 대기업들은 멕시코 출장 및 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업무 지침을 시달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내부 비상 연락망 체제를 새로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수도로 불리는 새너제이에선 관내 고교생과 최근 멕시코 여행을 다녀온 21세 여성 등이 SI 감염 증상을 보이는 등 점차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너제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삼성과 LG, 하이닉스 등 현지 법인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29일 실리콘밸리 현지 업체 등에 따르면 400명 가량의 인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법인은 멕시코로의 업무 출장 등을 가급적 자제토록 했으며 바이어 상담 등 시급한 업무의 경우 사장 등 경영진의 특별 허가를 받아 떠나도록 조치했다.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법인 김경환 상무는 “내부적으로 SI 사태에 신속 대처하기 위해 비상 연락망 등 보고 체계를 마련해 놓고 시행에 들어갔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금이라도 불안한 징후가 보일 경우 즉시 보고토록 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현재 공식 출장이나 행사가 취소한 사례는 없으나 멕시코로의 출장이나 여행은 일단 가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SI가 점차 확산될 추세를 보이고 있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USS-포스코 합작법인은 최근 피츠버그 관내 초등학교에서 SI 의심 사례 3건이 잇따라 발생, 사태 추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합작법인 김홍섭 부사장은 “포스코 본사 차원에서 멕시코 출장 및 여행에 대한 ‘자제령’이 내려왔고 인사.노무 부서에서는 전직원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현지 직원들과 자녀,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의 경우 멕시코에서 진행중인 냉연 공장 건설 등에 직원 10여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실리콘밸리 법인 김성훈 부장은 “SI 사태 발생 이후 멕시코로의 업무 출장이나 여행 등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고 직원들끼리 서로 연락하며 사태 추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김동욱 과장은 “SI 사태가 실리콘밸리 현지 기업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고 또 미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만 미국내 SI 사태 추이에 관심을 기울이며 직원들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센터는 최근 SI 사태에 대비한 공동 태스크포스(TF) 체제를 가동, 미국 주재 기업들이 영업 또는 수출 등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없는지 등 애로 사항을 수시로 접수,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코트라 구본경 차장은 “SI 사태가 지금 당장 첨단 기술의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사태가 번지면서 상당한 애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선 새너제이와 새크라멘토, 피츠버그, 남부 지역 카운티 등지에서 SI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고 주정부는 비상 사태를 선포하며 SI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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