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 인플루엔자(SI:Swine Influencza) 환자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영상회의 시장에 대규모 특수를 예고했다. 해외출장을 제한한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원격회의를 이용한 업무처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폴리콤, 탠드버그 등 영상회의 솔루션 업체들은 기존 대기업, 공공 시장 외에도 돼지 인플루엔자로 해외영업망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을 겨냥한 중저가 신제품을 서둘러 출시할 예정이다. 전우진 폴리콤 코리아 사장은 “돼지 인플루엔자는 세계경제에 좋지 못한 사건이지만 영상회의 시장에 호재임은 틀림없다”면서 “불황으로 낮춰 잡았던 올해 영업목표를 대폭 상향조정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영상회의망 구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창궐로 중국 출장이 어려워지자 글로벌 대기업들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지사에 앞다퉈 영상회의 장비를 설치했다. 당시 영상회의 선두업체 폴리콤의 아태지역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0%나 증가했다. 다른 영상회의 업체들도 한 분기에 1년치 판매목표를 달성할 정도로 특수를 누렸다.
2009년에 들이닥친 돼지 인플루엔자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6년 전의 SARS보다 전파 속도가 빨라서 세계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29일까지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유럽, 호주 등 세계 26개국에서 2500명 이상 의심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국 정부가 돼지 인플루엔자의 인간감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SARS 파동처럼 해외여행이 잇따라 취소되고 사회, 경제적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영상회의는 이처럼 질병, 전쟁 등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에서 상하이까지 매달 한번씩 출장을 가는 제조업체는 보급형 HD급 영상회의 장비를 도입하면 8∼9개월이면 투자금액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 문제는 현대, 삼성, LG 등 국내 10위권 그룹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견기업들은 영상회의 환경을 구축하지 못해서 해외출장이 제한되면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라는 것이다. 결국 전염병의 국제적 확산은 영상회의 업계에 예기치 못한 호재로 작용하게 됐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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