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인 이수페타시스(대표 홍정봉)는 지난 수년간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고다층 PCB분야의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았다. PCB업체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에 빠져 수익성 저하에 몸살을 앓는 사이 이 업체는 고다층 PCB를 유수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업체인 미국 크레이사에 PCB를 공급했고 우주항공산업 분야 시장 진입을 위해 국제항공우주품질시스템인증(AS9100)을 획득해 올해부터 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고수익 제품 개발에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뛰어들어 네트워크 서버용 고다층 PCB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지난 2006년 당시 프랑스 통신업체였던 알카텔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 후 시스코 등 세계 유수의 네트워크장비 업체들로 고객사를 늘려나갔다. 후발 국가와 후발 업체들이 낮은 제조원가를 무기로 시장에서 경쟁할 때, 더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시스코가 기술력과 품질에 두각을 나타내는 협력업체에 수여하는 ‘올해 최고 파트너상’을 받았다. 앞선 품질과 기술력은 물론 생산성과 납기일 준수 등에 대한 노력도 인정받은 셈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996년 이수 그룹에 편입된 뒤 지속적인 재무 건전성 확보와 영업력 극대화 등에 힘입어 2000년 코스닥에 등록했다. 이후 2003년 증권거래소로 이전했다. 지난 2004년에는 PCB사업의 경쟁력 강화하기 위해 중견 PCB업체인 ‘유로써키트’의 설비를 인수해 ‘이수엑사보드’를 설립했다. 이 후 대구에 위치한 이수페타시스의 공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네트워크용 고다층 PCB에 집중 생산하고, 안산에 위치한 이수엑사보드 공장은 수도권 지역이라는 장점을 살려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용 비롯한 다양한 PCB 생산하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공장별 특성에 맞는 제품 생산체계를 갖추자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이수엑사보드가 최근 빠르게 본 궤도에 올라 사업구조 개편 효과가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대로 직결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이 회사는 2607억원의 매출액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무려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심화된 지난해 4분기에 연간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60%를 각각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우주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PCB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AS9100 품질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올해 국제 항공 및 국방 제조산업의 공정인증 프로그램(Nadcap) 인증까지 획득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우주항공산업은 물론 방위산업 시장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고다층 PCB 생산에서 쌓은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기존 고다층 제품 생산과 유사한 제조공정으로 별도의 추가 설비 투자 없이 생산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첨단 PCB를 개발 양산할 계획이다. 올해 네트워크용 고다층 PCB 제품 연구 개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검사 장비 시장에도 진출 올해부터 이 부문에서도 안정적 매출 신장과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거래선 다변화하기 위한 신규 거래처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이외에도 일본 업체와의 거래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빠르면 올해 하반기 고다층 PCB의 일본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주목! 이제품] 네트워크장비용 고다층 PCB
이수페타시스는 네트워크장비용 고다층 PCB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대용량의 초고속 데이터를 고속 처리하기 때문에 저항을 줄여 전송 속도를 높여주는 고다층 PCB가 사용된다. 이 회사가 슈퍼컴퓨터 업체인 크레이사에 납품한 고다층 PCB는 기판 내부에 부품의 기능을 부가한 임베디드PCB로 첨단 기술력을 집합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기존 PCB 표면에 실장하던 부품을 다층 구조의 PCB 내부에 배치했다. 특히 ‘캐패시터(Capacitor, 축전지)’라는 부품을 PCB에 내장함으로써 외장형에 비해 기판 면적을 크게 줄이고 전기적 특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내층과 연결된 홀(via)을 메꾸는 기술을 적용 단위 면적당 표면에 부품을 실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백드릴링 기술로 불필요한 회로를 미세하게 제거하고 12㎛(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얇은 판에 회로를 형성해 가공하는 기술을 적용, 슈퍼컴퓨터에 적합한 고성능 PCB를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최첨단 PCB 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는 고도의 신뢰성과 품질이 요구되는 우주항공산업 분야와 의료장비·군사장비 산업분야로 진출을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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