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임원들 “바나나형 경기회복 전망”

국내 주요 그룹사 임원들은 침체된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대 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우리 경제의 회복 패턴을 내년 상반기 경에 경기가 회복되는 ‘밑이 넓은 U자형(소위 바나나형)’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단순 U자형’과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L자형’이라는 응답도 각각 20%였다. 그러나 ‘V자형 회복’이 예상된다는 응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은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응답자의 75%는 현재 경기가 아직 침체국면에 놓여 있지만 하락 속도는 완만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응답과 경기침체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20%와 5%였으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경기회복론과는 달리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됐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20대 그룹 가운데 13개 그룹(65%)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개 그룹은 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1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국내매출 감소(5개 그룹), 수출 감소(4개 그룹) 등 대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설비재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4개 그룹)도 순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1분기 국내매출은 17개 그룹의 매출이 전년동기 수준에 머물거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환율로 수출호전이 기대됐으나, 조사 결과 16개 그룹의 수출실적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경영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 것으로 예상한 그룹은 3개에 불과했다.

한편, 2분기 국내매출과 수출은 각각 1개 그룹, 2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전년 동기 수준이거나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

최근 환율 하락 추세에 대해 20대 그룹의 80%는 기업 경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말 환율은 1100~1300원 수준(산술평균은 1190원)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것에 대비해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48.6%) 하고 있으며, 경비절감 및 경영합리화 노력(25.7%), 품질 및 기술 경쟁력 제고(17.1%) 등 중장기 대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기업들은 앞으로 환율이 급락할 때를 대비해 정부가 수출금융을 원활화하는 등 수출촉진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59.1%)해 줄 것을 주문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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