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3부-2)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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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포메이션위크는 올해 소프트웨어(SW)품질에 대해 당연하지만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200여개의 글로벌 기업 IT담당자들에게 SW벤더 선택에 품질을 고려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76%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해당 SW의 품질이 낮다는 평판 때문에 구매를 취소한 경험이 있는지에 82%의 기업이 ‘그렇다’고 답했다.

 상용 SW제품의 결함을 막기 위해 수행하는 SW기업의 품질활동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56%가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은 SW품질에 까다롭다. 특히 제품 인지도가 낮은 국내 SW는 해외시장에서 단 한 번의 ‘혹평’에 자칫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 한 SW업체가 잘못 심은 인식은 여타 국산SW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까다로운 해외 고객들=국내 업체들은 해외 수출 때 국내에는 없는 까다로운 품질관리 요구로 당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특히 SW강국인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테르텐이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통해 야후재팬과 동경서적, 게임용 이미지 업체인 석세스에 데이터 손실 방지 솔루션을 공급할 때였다.

 제품 공급 후 일본 측에서 ‘매뉴얼에 없는 모듈이 돌고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요구가 왔다. 그 기능은 SW품질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 판단, ‘단순착오로 매뉴얼을 정정해서 다시 보내겠다’고 테르텐은 답했다.

 그러나 테르텐은 해당 SW의 매뉴얼뿐만 아니라 여타 SW의 매뉴얼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이영 테르텐 부사장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기능이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모든 매뉴얼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며 “한국이었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패치 업데이트도 임의로 할 수 없다. 한국은 고객사에서 SW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즉시 패치를 만들어 공급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이영 부사장은 “일본은 3월, 6월 같은 식으로 패치 일정이 정해져 있다”며 “수시로 패치를 공급해야 하는 SW와는 애초 계약을 안 맺는 게 일본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품질 검증도 까다롭다. 국내 공공기관에 보안솔루션을 공급하려면 60개 항목 정도의 해킹취약점을 조사하면 되지만, 일본은 300개 이상을 조사해야 한다. 이영 부사장은 “보안이 중요한 국내 공공기관보다 일본 민간업체가 더 많은 요구를 해서 놀랐다”며 “특히 테스트 후 취약점을 정확히 보고하고, 특정 기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보고서를 보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 같은 기술지원을 해 공식파트너로 인정받으면 그때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 안 단속부터 먼저=이에 해외수출에 앞서 국내 사업에도 까다로운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국내에선 SW품질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증권사 시스템 오류다.

 금융감독원이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조사한 ‘증권사 전산장애 보상액 현황’에 따르면 삼성증권 등 주요 23개 증권사들이 시스템 오류로 보상한 금액은 61억원에 달한다. 물론 증권사들이 외산 솔루션도 대거도입했고 SW품질의 문제가 아닌 하드웨어(HW)오류나 시스템 운용이 미숙해 발생한 측면도 있는만큼 SW만의 문제는 아니다. 1차적으로는 SW업계가 품질관리에 소홀했던 것이다.

 SW문제로 항만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해 수출입컨테이너 반출에 차질이 생긴 사례도 있다. 지난해 A프로그램 장애로 부산항 등 전국 28개 항구에서 3시간 동안 수출입 컨테이너 1만6000개의 반출입이 전면 중단되기도 한 것이다.

◇품질에 대한 철학 개선…전문인력 육성도=선결조건은 품질에 대한 의식개선이다. SW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SW업계는 일단 공급계약이 우선이고 품질문제는 이후에 생각하는 때가 많다”며 “그러나 별도의 보완사항이 필요하면 신뢰가 깨져 사업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품질관리 전문인력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한국SW진흥원의 ‘2008년 SW 백서’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패키지SW업체·디지털콘텐츠업체·임베디드SW업체 등에서 SW전문인력 중 품질보증을 담당하는 인력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SW전문인력 2만2183명 중 개발인력이 1만7477명(78.8%)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관리인력은 1752명(7.9%), 마케팅·영업인력은 1699명(7.7%)이었지만, 품질보증인력은 172명이다. 별도의 품질보증인력을 두는 업체 수가 적어 영업인력과 개발인력이 품질관리를 맡는 일이 대부분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