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 임금현실화와 토지사용료 조기지불을 요구함에 따라 남북 경협에 제동이 걸렸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의 철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평양 과기대 개교 등 오랫동안 이어온 과학기술 교류도 위기를 맞게 됐다.
22일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북한이 21일 개성공단에 제공해온 저임금, ‘토지사용료 10년 지불유예’ 등 혜택을 재검토하겠다며 관련 협상을 남측 정부에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개성공단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측은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남측에 줬던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 전면 재검토 △개성공업지구 관련 ‘토지임대차계약’ 재체결 △2014년부터 지불하도록 했던 토지사용료를 6년 앞당겨 지불토록 조치 △북측 노동자 노임 현실화 △개성공업지구 사업 관련 기존계약 재검토 협상 시작 등 사항을 통보했다.
2005년 가동한 개성공단은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저임금 노동력(1인당 월 70달러 안팎)과 토지가 결합한 협력모델로 양적 성장을 거듭,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2008년 7월 북측 근로자 수가 3만명을 돌파했으며 11월에는 입주기업 누적 생산액이 5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2월말 기준으로 101개 업체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북측 근로자는 약 3만8000명이 일할 정도로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었다.
북측의 재검토 방침은 남북 경제협력 및 입주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남북관계 악화 속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주기업에게 북한의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사항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은 22일 “개성공단이 지난 장점은 값싼 노동력으로 북한이 임금 조정을 요구하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토지 사용 임대료도 2014년까지 보장을 받기로 한 것인데 조기 지불을 주장한다면 합의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입주기업은 개성공장을 철수 등을 고민하고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70달러 정도의 근로자 노임을 중국 수준(300달러)으로 인상하면 업체의 가격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현재 공장을 짓고 있는 33개 업체들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졌으며 분양을 받아 놓고 공장 착공을 하지 않은 100여개 업체는 아예 입주 포기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위축조짐을 보이던 과학기술 교류도 개성공단 사태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올해초에서 9월로 연기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개교 일정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북한이 공단 폐쇄·차단과 같은 극단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아 희망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협상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호를 열어 둔 것은 북측도 극단적인 경우는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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