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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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기술 개발은 99.9999%의 무결점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인공위성이 우주상공에서 기계적인 결함이라도 나타나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척사를 쓰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의 우주개발에 관한 기본 인식이다.

 이 원장은 오는 7월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한 발사체 ‘KSLV-Ⅰ’의 막바지 조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번 위성 발사는 우리나라가 우주기술 독립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우주 개발국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 능력, 발사장이라는 삼박자를 갖춰야 하고, 지금 우리는 그 전환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이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 원장의 우주기술 개발 철학은 ‘정직’과 ‘성실’ 두 단어로 집약된다. ‘우주하는 사람들’은 ‘성공 아니면 실패’로 연구 결과가 너무 뚜렷하게 나타나기에 거짓말은 결국 탄로나고 만다는 것. 우주에 쏘아올린 위성의 성능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성공의 포장이나 과장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 ‘KSLV-Ⅰ’ 테스트를 한 번 할 것 두 번하고, 두 번 할 것은 세 번 하는 등 완벽함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이 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점검 또 점검” “따지고 또 따지고”를 반복하며 ‘리뷰 미팅’을 수도 없이 해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위성 개발 계획을 세운 지 15년 만에 세계 6∼7위 수준에 도달해 있다. 발사체는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위성 개발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이 원장은 지금부터 15년 전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 개발을 위해 미국 TRW에서 기술을 배워야만 했던 때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한마디했다.

 “과연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을지 두렵기만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과연 한국이 해낼지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TRW에서는 1998년 위성의 비행모델(FM) 조립을 자기네가 하고 우리는 예비모델이나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가 우겨서 결국 FM을 조립했죠. 3개월 후 결과를 보더니 자신들이 손 안 대도 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항우연에서 위성조립실장을 맡아 위성조립시험센터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을 계기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항우연은 2006년 아리랑 2호를 러시아 플라세츠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하기에 이른다. 세계적인 우주개발 국가인 이스라엘과 프랑스마저도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된 것.

 “나중에는 자기들 따라오는 실력이 겁난다고 합디다. 이때 이미 한국인의 정교함이 젓가락 문화에서 나온다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이 원장은 사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시작은 늦은 셈이라고 했다. 대개가 1인당 국민총생산(GNP) 6000달러에서 시작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9000달러에 발을 들여 놨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발빠르게 우주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었던 요인을 이 원장은 ‘도전적인 계획과 추진력’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선진국보다 40년 뒤져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한다면 하는’ 상당히 도전적인 국민성이 오늘의 우주개발 위상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다만 국산화가 너무 도전적(?)이어서 함께 했던 기업에서 허점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런 점은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994년 TRW로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한국이 무슨 위성개발이냐, 만약 이런 데서 뭔가 된다면 그것은 바로 ‘기적’이라고 하던 시절에서 2009년 7월 우리나라는 자체 발사체와 위성을 가진 우주 독립국이 되는 순간에 놓여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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