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미래를 놓고 가장 흔히 이야기되는 키워드 중에 ‘나노(nano)’라는 단어가 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흔히 아주 미세한 분자 수준에서 조작하는 나노기술과 관련해 많은 미래관련 서적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용된다.
미래 경제학 역시 이러한 나노의 개념이 중요하다. 앞으로 수많은 개개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화, 그리고 노하우 등을 생산과 동시에 소비하는 프로슈밍, 자신을 위한 생산인 동시에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형태의 매우 느슨하게 결합된 네트워크가 동적으로 이어졌다가 끊어지는 현상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개개인이 하나의 중요한 자율적이면서도 대단히 생산적인 기준점이 돼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이벤트, 그리고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반응하는 극도의 효율적인 시스템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런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집단이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결국 미래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른바 웹2.0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로 이야기하는 롱테일 현상과 그 맥이 닿아 있다. 과거 각각의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 단위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대중과 매스(mass)로 상징되는 대량생산 및 유통·배포에 의한 시스템이 현재까지의 산업사회를 이끌어 온 셈인데, 인터넷으로 개인이나 소규모 단위의 경제시스템들이 실시간 네트워크화가 되고, 동시에 바이럴(viral) 효과에 의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규모의 유행 및 전파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경제이론이 정립돼야 할 것이다.
나는 이를 포괄적으로 ‘나노경제학(Nano-Economics)’이라고 부른다. 보통 이 용어는 현재까지는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나노기술에 파급되는 여러 산업과 경제학에 대해 언급하는 쪽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나와 비슷한 의미로 쓰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6년 한국전산원 NCA Issue Report 11호에 실린 ‘롱테일과 나노경제’라는 글에서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판매의 매스경제에서 아주 사소한 특정 소비자들이 주역으로 부상하는 나노경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나노경제가 소비자 개개인의 필요에 정확히 부응하는 서비스와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개인 및 소량 단위의 거래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웹2.0 시대에는 개개인의 기여와 이들이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나타내는 효과가 시장우위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며, 마케팅과 유통의 측면에서도 사용자의 소문 및 평가에 의한 소셜·바이럴 마케팅 및 소셜쇼핑이 일반화될 것이다.
내가 정의하는 나노경제학을 굳이 표현하자면 ‘롱테일 경제학+바이럴 경제학+링크(네트워크)의 경제학+매시업 경제학+알파’ 정도가 될 것이다. 굳이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서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연구하다 보면 보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경제학을 연구하는 길은 열려 있다. 굳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누구나 논의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은 미래의 경제학을 만들어가는 나노경제학의 취지와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블로거·칼럼니스트,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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