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버테인먼트의 미래
일과 유희의 결합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정규 직장에서 직원들을 놀리면서 월급을 주는 ‘이상적 사례’는 발견되지 않지만 불특정 다수가 놀면서 일정한 수준의 산출물을 낼 수 있도록 충분하게 비즈니스화된 사례는 기존에도 여럿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www.marketocracy.com’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모의주식 투자게임을 진행한 후 승률이 좋은 사람이 펀드를 운용하도록 한다. ‘www.pockspal.com’이라는 사이트는 스포츠 경기에서 참가자들이 투표로 예측하는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고 이 데이터를 외부에 판매한다. 집단지성과 놀이, 일이 적절하게 혼합돼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기부, 놀이, 광고가 혼재된 상황도 찾아볼 수 있다. ‘freerice.com’에서 영어단어 게임을 하면 단어를 맞힐 때마다 빈곤국가에 쌀 10톨을 기부할 수 있다. 쌀 비용은 이 사이트에 배너를 게재한 광고주가 부담한다. 앞으로는 이런 예를 더욱 발전시킨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 사용자들이 재미를 찾는 본성은 변하지 않는데다 생산성을 추구하는 쪽에서도 자발적으로 일을 해 주겠다는 성실한, 수많은 근로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강희흔 컨설턴트는 “아이들이 하는 공부를 일종의 사회적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당장 최상위권 학생의 영어시험결과가 번역서비스와 연계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용돈도 스스로 번다.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영문번역을 하고서 라면, 군것질값을 번다면 자발적으로 영어실력을 올리는 데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한때 오락실을 강타한 DDR나 펌프 같은 리듬비트 게임은 어떤가. 최근에는 닌텐도DS 같은 휴대형 게임기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이런 게임에서의 사용자 움직임을 유의미한 결과로 자산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업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오락게임 분야에 투입되는 엄청난 집중력과 열정을 사회적 생산성으로 결합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국내에서도 일을 놀이로 만들어주는 메커니즘에 대한 사용자들의 토론사이트(blog.naver.com/pupilpil)가 활발하다. 놀면서 일하는 세상. 아직은 멀고도 요원하지만 호모 루덴스의 오랜 소망, 샐러리맨의 영원한 꿈이 일상 곳곳에서 조금씩 구체화되는 조짐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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