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같은 스위스 손목시계를 차는 것이 부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세이코, 시티즌 같은 회사가 고급 시계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디지털 시계가 등장하면서 스위스 시계산업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됐다.
당시 스위스 은행은 향후 스와치그룹의 회장이 된 니콜라스 하이에크에게 시계회사의 구조조정 자문을 요청했는데, 이 사건은 시계산업을 크게 바꾸게 된다. 즉, 하이에크는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구가 아닌 패션 그 자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스위스 시계 산업을 부활시켰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손목시계는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골동품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손목시계에 대한 상상은 섹시함과 냉철함을 겸비한 제임스 본드가 활약하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죽느냐 사느냐’ 편에서는 강력한 자성으로 수저를 끌어당기고 발사된 총알을 빗나가게 하며, 강력한 회전 날로 손을 묶은 밧줄을 끊는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상상을 추가하겠는가. 나도 포럼에서 같은 상상을 해 보았다. MP3 플레이어, TV, 영상전화, 맥박 체크, 사주궁합, 타임머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귀가해 인터넷을 살펴보니 대부분 제품이 나와 있었다. ‘당신이 생각한 것은 남들도 생각했다’는 얘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특하고 남들과 다른 상상을 하는 이들은 늘 존재해 왔다. 스위스 회사 보르고는 색다른 상상의 일면을 보여주었는데 손목시계에 인디언 점성술을 접목했다. ‘Panchang’이라는 이 시계는 하루 중 가장 불길한 90분을 알려준다. 불길한 징조를 의미하는 암흑성이 지평선 위로 나타날 때 시계 오른쪽 아래의 표주박 모양을 갈색으로 바꿔 사용자에게 알린다.
색다른 상상을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창의성 분야에서는 ‘강제연결법’이라는 기법을 활용해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개념들을 찾아본 후 주어진 주제와 강제로 연결한다.
미국에서는 휴대형 거짓말 탐지기를 판매 중이라고 한다. 손목에 차는 형태로 전기피부반응을 이용해 거짓말 여부를 판별한다. 이 거짓말 탐지기를 손목시계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사랑하는 아내가 수도 없이 반복하는 ‘자기, 나 사랑해?’라는 질문에 물리적 증거를 들이댈 수 있겠다. 물론 함께 생활하며, 밀고 당기는 재미가 사라지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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