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진출한 다국적 LCD 부품·소재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코리아’의 위상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장벽이 높은 액정·유리기판 등의 경우 여전히 일부 외국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가 하면, 광학필름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고전하는 양상도 보인다.
◇액정, 머크의 아성 건재=LCD 액정 시장에서는 독일계 머크어드밴스드테크놀러지스의 아성이 여전했다. 머크는 지난해 5649억원의 매출에 10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2007년에 비해 매출액은 28%, 영업이익은 무려 70%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후발 주자로 뛰어든 일본 치소코리아는 외형면에서 아직은 머크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치소는 지난해 332억원의 매출액과 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익률은 두자릿수대지만, 매출 규모는 머크의 6%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LCD 패널 업체들의 구매선 다변화 정책에 따라 머크가 독점했던 시장을 치소가 따라오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면서 “당분간 머크의 독과점적 지위가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기판, 이익률 최고=LCD 유리기판의 경우 절대 강자인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지난해 4조원대의 매출액에 50%가 넘는 이익률을 달성하며 업계 최고 실적을 구가한 것은 물론, 일본계 다국적 업체들도 이에 못지 않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가 유리기판 구매선 다변화를 위해 일본 NEG와 합작 설립한 파주전기초자의 경우 지난해 4585억원의 매출액에 20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46%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국내 법인인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는 지난해 6819억원의 매출액과 1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역시 지난 2007년에 비해 매출액은 60%, 영업이익은 5% 이상 신장된 규모다.
◇필름, 외산 업체들도 경쟁 치열=LCD 필름류 시장에서는 편광판용 TAC필름 등 일본 업체들의 일부 독점 품목을 제외하면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최대 외자 기업 가운데 하나인 동우화인켐은 지난해 1조8671억원의 매출액에 159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4%, 52% 급신장했고 외형은 2조원대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모회사인 일본 스미토모를 통해 LCD 편광판을 비롯, 광학필름·화학제품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레이새한의 경우 지난해 광학필름 사업에서만 1180억원의 매출액에 5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거의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SKC와 미국 롬앤하스의 합작법인인 SKC하스디스플레이필름도 설립 2년째인 지난해 79억원의 적자로 여전히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일본계 필름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국내 LCD 패널 업체들의 판가 인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광학필름 사업은 적자를 면하기 힘든 형국”이라며 “특히 일본쪽에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탓에 마진 구조는 더욱 취약하다”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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