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한국투자증권은 노후화된 운용 서버의 대대적인 가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200여대의 윈도 서버를 운용했던 한국투자증권은 기기 노후화와 5% 정도의 낮은 시스템 자원 활용률 탓에 IT 인프라에 투입되는 비용이 높아진 상태였다. 이에 200여대의 윈도 서버 중 92대를 IBM NT서버 넉 대로 교체하고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1.5 대 1 비율로 서버 크기를 줄였지만 네트워크 안정성과 서버 자원 사용률이 극대화됐다. 서버 대수를 줄임으로써 하드웨어 구입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국내 금융권에 가상화 기술이 도입되는 신호탄이었다.
◇금융권 가상화, 비핵심 시스템부터=가상화 기술이 기업의 IT 인프라 운용비용을 절감해주는 획기적 대안으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그러나 금융권만은 마지막까지 가상화 솔루션이 확산되지 못하는 철옹성으로 남아 있었다. 금융권은 특성상 단 1초의 서버 속도 지연도 천문학적인 손실로 계산되는 분야다. 서버 구축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공룡 전산실’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했던 탓에 최근 들어서야 비핵심 업무 분야에 서서히 가상화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금융권의 가상화 도입은 NT 서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농협이 일부 NT서버에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서버통합에 나서고 있으며 여타 금융사도 NT 서버의 가상화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가상화 작업으로 관리포인트가 감소돼 관리효율성이 높아졌고 시스템 배치 시간이 단축돼 IT의 대응이 상당히 민첩해졌다”며 “물리적 자원 활용률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서버 가상화 장기 프로젝트 ‘스타트’=지난해 말부터는 은행들의 가상화 도입 장기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올해 들어 금융권 가상화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오는 2013년까지 계정계 부문 기간시스템인 메인프레임 서버를 제외한 총 550여대 업무서버 가운데 통합이 가능한 404대를 5년간 97대로 줄이는 통합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버 대수를 지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작업으로 5년간 총 150억원의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매년 2억여원의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센터 이전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유닉스 서버를 중심으로 한 서버 통합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송영남 IT기획부장은 “전행적으로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IT 예산 절감을 위해 서버 통합이나 전력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재해복구센터와 연수원에 가상화 기술을 도입, 확대할 계획이다.
◇해결 과제도 있어=그동안 많은 기업이 가상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면서도 도입을 기피해왔던 현상은 보안에 대한 불안감을 아직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의 가상화 도입이 핵심 업무가 아닌 비핵심 업무부터 서서히 도입되는 것도 보안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특히 유닉스는 오픈소스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가상화에서 보안문제가 발생하면 오픈소스 기반 운용체계(OS)보다 문제에 대응이 늦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화 업체들이 솔루션의 보안성을 가장 크게 부각시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보안문제가 거의 해결돼 가는 추세지만 금융권이 워낙 민감한 업무분야다 보니 가상화 솔루션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일부 도입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되면 은행들의 가상화 구축 열기가 급격히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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