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삼성그룹이 이달 22일로 이건희 전회장 퇴진을 핵심으로 한 경영쇄신 발표 1주년을 맞는다.
삼성은 경영쇄신 이후 그룹 경영의 구심점이었던 이 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컨트롤 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계열사 독립 경영의 시동을 걸었으며 계열사 사장들의 모임인 사장단 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터진 세계적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및 경영난은 삼성 내외부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옛 그룹체제 해체와 새로운 경영체제의 출범, 세계 경제위기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와 도전을 맞아 ‘삼성호’가 순항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쇄신 약속 얼마나 지켜졌나=삼성이 지난해 4월22일 발표한 경영쇄신 계획 10개 항목 중 대부분은 이행됐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은 당시 이건희 전회장 퇴진, 전략기획실해체, 이 전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최고고객책임자(CCO)직 사임, 이 전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의 리움 미술관장 사임, 차명재산의 실명전환 및 사회 유익한 일 사용, 은행업 진출 포기,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 출자 해소, 사외이사제 개선 등을 약속했었다. 이중 차명계좌 자금을 사회에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한 것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행됐다. 차명 재산은 올해 2월 실명전환을 완료했으며 ‘삼성 사건’의 대법원 판결 후 관련 세금, 벌금 등이 확정되고 나면 잔여분을 유익한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해소 등의 지배구조 개선은 당장 추진하기 어려워 장기 과제로 검토중이다.
◇내우외환 속 ‘선방’ 기대=삼성은 과거 그룹 경영의 기본 구조였던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체제, 이른바 ‘삼각편대’가 지난해 해체됨으로써 내부적으로 큰 변화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세계 금융위기는 그룹 경영진에 전대미문의 위기 의식을 불러왔다. 삼성은 지난해 경영쇄신에 이어 올해 초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계열사 사장단을 대폭 물갈이했으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은 올초 인사에서 61세 이상 사장들을 모두 퇴진시켜 계열사 사장 중 절반 이상인 25명을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4개 사업총괄을 2개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고 본사 인력 1천400명 중 1천200명 가량을 현장으로 배치했다. 이는 세계적 금융위기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극약처방이라고 할만 한 것이었다. 세계 경제위기의 결정타를 맞은 주력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조치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긍정적인 경영성과도 적지 않게 나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시장에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알린 LED TV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또 삼성SDI의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사업과 삼성전자의 중소형 LCD 사업을 묶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설립해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충격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대폭 줄거나 흑자전환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등 예상보다 빠른 실적 호전의 기대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룹 경영조직 해체와 대대적인 조직 개편, 인사혁명 등을 통해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새로우면서도 불안한 실험이자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은 이건희 전회장이 2-3년후, 5-10년후 미래 먹거리를 걱정하고 경영 화두를 던지면 전문경영인이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했었다”며 “그룹 경영의 구심점이었던 이 전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도 관심 거리”라고 덧붙였다.
◇‘삼성 재판’ 어떻게 되나=삼성 그룹 경영 체제를 바꾸는 계기가 됐던 ‘삼성 특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관련 재판 결과는 삼성에 또한번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이 핵심인 두 재판은 현재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무의 삼성 지배권 확보의 수단이 됐던 에버랜드 CB발행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별개로 진행됐던 두번의 재판에서 유, 무죄의 엇갈린 판결을 받았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특검’ 재판에서 에버랜드 CB발행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이 전무의 삼성 지배권 확보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하고 있다. 삼성이 2건의 대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이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이 구체화되거나 옛 전략기획실의 일부 업무 및 기능이 부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ksh@yna.co.kr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