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투자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이른바 유보율 상위 기업은 SK텔레콤이 27,908.29%로 1위를 차지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중 552개사의 2008년도 사업보고서 상 유보율은 696.97%로 전년 말 669.48%보다 27.49%포인트 증가했다.
자본금은 전년도 55조3807억원에서 56조1598억원으로 늘어났으나 잉여금은 370조7606억원보다 5.57% 증가한 391조4146억원으로 파악됐다. 유보율은 영업활동과 자본거래 등을 통해 벌어들인 잉여금이 자본금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아진 것은 기업이 경기침체기를 맞아 그동안 벌어놓은 자금을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는 경향이 심해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보율 2000% 이상인 회사는 전년 말보다 9개 늘어난 56개였고, 1000∼2000% 미만 기업은 4개 증가한 96개였으나, 200∼1000% 미만 상장사는 18개 감소한 252개로 파악됐다. 잉여금이 전혀 없어 연구·개발이나 투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회사는 전년보다 12개 늘어난 35개였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나머지 기업의 541.34%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893.92%로 나타나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동조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던 약속이 공수표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별 유보율을 보면 포스코가 5843.80%로 10대 그룹 중 최고였고, 현대중공업 1859.78%, 삼성 1619.90%, 롯데 1277.13%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금호아시아나는 234.90%로 가장 낮았다.
유보율 상위 기업은 SK텔레콤 27,908.29%, 태광산업 25,363.18%, 롯데제과 21,467.84% 등 순이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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