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로 정확하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3년째를 맞는 팬택계열이 올해 2년 연속 ‘흑자 신화’에 도전한다.
경기 불황으로 모든 기업이 힘들지만 올해 역시 ‘네 자릿수’ 흑자 구조를 만들어 ‘팬택이 확실하게 살아났다’는 인식을 대내외에 심어줄 계획이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15일 전자신문 기자와 만나 “올해 글로벌 경기 위축 속에서 흑자 기조 정착과 핵심 개발 역량을 비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하지만 1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기조라면 올해 매출 2조원에, 순익 1300억원은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그간 내실을 살리는 데 집중하느라 대외적인 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던 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부활’을 넘어 이전의 ‘영광’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팬택계열은 지난 1분기 잠정 집계 결과 매출 6000억원, 순익으로는 세 자릿수를 달성해 7분기 연속 흑자 기조에 성공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기가 크게 움츠린 상황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지난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이후 확실하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팬택계열은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지난 2년간 큰 고통을 겪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픽스 앤드 맥스(FIX & MAX)’ 전략을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해외에는 자체 유통망 투자가 많은 오픈마켓 사업을 철수하고 수출 국가와 모델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기업 회생의 고삐를 잡았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서 3G 휴대폰 히트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상반기가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내년을 바라본다. 그는 시장이 저점인 상황에서 ‘숨 고르기’ 시점이라며 연구개발과 함께 그동안 축소 또는 철수했던 해외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연구 개발에만 2700억원가량을 투자해 차세대 휴대폰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내년부터 워크아웃으로 철수했던 유럽·러시아·중남미·중국 등을 중심으로 수출지역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2000억원과 비교하면 35%가량 늘어난 것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5%에 이른다.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수출 기업 중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드문 점에 비춰 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기술은 물론이고 소비자 성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휴대폰 ‘업(業)’의 특성상 개발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박 부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2003년을 전후해 50개국에 육박했던 수출 지역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팬택계열은 지난 2007년 기업개선작업 돌입과 함께 미국과 일본·멕시코 등 10여개국으로 수출 지역을 축소했다. 박 부회장은 “이미 내년 제품 라인업 개발을 위해 본사 연구진이 각국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수출지역 확대도 서서히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회복의 최우선 지역은 유럽이다. 이미 복수의 이통사가 내년 휴대폰 라인업에 팬택계열 제품을 소싱하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사업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시장도 승부처다. 본사 개발진 50여명이 미국에서 망 연동 테스트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팬택은 하반기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도 출시한다. 박 부회장은 “국내에서 e메일, 풀브라우징 등 스마트폰 핵심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하반기 이후가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팬택의 진짜 승부점은 올 하반기”라고 말했다.
강병준·양종석기자 bjkang@etnews.co.kr
<팬택계열 연도별 실적 추이 및 목표> (단위:억원)
구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목표)
매출액 26307 16394 20959 20000 이상
영업이익 -3391 -1254 2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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