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에서나 우주 탐사 시 사람이 아닌 미니 로봇이 먼저 미지의 위험지역에 출동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장면이 이제 바다나 호수 등 물속에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람을 대신해 수중을 돌아다니며 각종 오염정보를 수집해주는 ‘로봇 물고기(fish)’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의 로봇 연구팀은 최근 독립적으로 물속에서 유영할 수 있는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다. 해양 오염의 정도를 추적하는 것이 이 로봇 물고기의 임무.
실제 잉어와 비슷하게 생긴 이 로봇 물고기는 화학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돼 물의 오염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 기술도 적용돼 수집된 정보를 항만의 관리 기지로 전송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달된 데이터는 항만 내 선박이나 해저 파이프라인의 누유 등 오염의 출처와 규모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3차원(D) 지도로도 구현된다.
1.5m 크기의 이 로봇 물고기의 제작비용은 약 2만파운드(약 4000만원)에 달한다.
초당 최장 1m를 움직일 수 있으며 개별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그룹을 지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또 실제 물고기처럼 물결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로봇 물고기가 등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원격 제어가 필요한 과거의 로봇 물고기와 달리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자체 순항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사람의 특별한 지시가 없이 기지로 귀환, 충전할 수 있다. 이른바 ‘방목’이 가능한 로봇인 셈이다.
유럽위원회(EC)와 영국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 BMT그룹의 재정 지원 아래 3년간의 연구개발(R&D)를 거쳐 탄생한 이 로봇 물고기는 내년 말께 스페인 북부 해안의 한 항구에 5개가 ‘방생’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로봇 물고기가 향후 수중 오염물질 분석은 물론이고 수면 위 기름 등도 검색 및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