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먼지만 수북`

정치쟁점 가려 민생법안 처리 지연

 정치 쟁점 이슈에 가려 방송사업자나 시청자를 위한 민생·경제 관련 미디어 정책들도 추진되지 못하면서 점차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쟁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가운데 이와 함께 제기됐던 방송산업 안정 법안과 시청자 복지정책들까지 몇달째 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속한 법령 개정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방통 융합산업에 대해 규정하고 융합산업의 지원과 규제, 이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설치 등을 포괄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방통위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고 관련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기본법안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본법 통과를 전제로 업무 방향을 맞춰 일부 정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세밀한 과제를 발굴하거나 추진하는 데는 걸림돌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영상황이 어려운 방송사업자에 방송발전기금 경감 법안’도 진척이 없다.

 누적결손이 많은 뉴미디어사업자에게 기금을 감면하거나 축소해 주자는 것이 골자로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올해 기금 마련 계획이 확정되는 5월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업자에 따라서는 최대 몇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대칭 규제들의 해소책도 미디어 쟁점 법안이 묻혀 있는 건이 적지않다. 케이블사업자와 위성방송·IPTV사업자들은 각기 다른 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소유지분·콘텐츠 심의 등에서 규제 차이를 겪고 있다.

 미디어법안 개정안에서는 이런 비대칭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쟁점 이슈에 묶여 처리 자체가 불투명하다.

 DMB 활성화 대책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사업자들은 연말 일부 업체가 자본잠식에 들어갈 수 있다며 조속한 대책을 원하지만 방통위는 논쟁 중인 미디어법의 결과에 따라 변경될 사안이 있다며 ‘장고’하고 있다.

 이 밖에 장애인을 위해 공공방송에 수화·자막을 넣는 법안, 올바른 방송언어 실태 모리터링 및 공개,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방송프로그램 내용 정보 사전표시제 등 시청자 보호정책과 법안들도 정쟁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나 신문방송 겸영 등 쟁점이 되는 사안은 충분한 논의를 하더라도 국민복지·산업 지원에 관한 건들은 빠른 정책 마련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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