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가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골격을 내놨다.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국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부 R&D 투자 규모를 당초 정부 계획대로 올해보다 10% 이상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다. 10%가 늘어나면 올해 12조3000억원 수준에서 13조5000억원 이상이 된다. 지난해 이명박정부는 매년 정부 R&D 투자를 10.7% 확대, 집권 말기인 2012년까지 16조6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계획은 이 약속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졌다.
정부 R&D 투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불만족스럽다. 첫째 투자 규모다. 위원회가 내놓은 예산은 이명박정부가 당초 약속한 매년 10.7% 확대한다는 전략에는 부합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금액에는 환율폭락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예산 투입을 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반영되지 않았다. 수치상으로는 10.7%를 늘렸을지 모르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락한 셈이다. 힘 있는 기술은 국내 연구진끼리 경쟁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보다 잘사는 해외 연구진과의 경쟁을 통해 확보된다. 수치가 늘어났다고 R&D 예산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둘째, 선택과 집중 문제다. 정부는 기초·원천연구 확대와 국가중점육성기술확보에 우선권을 두고 녹색성장, 신성장 부문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배분했다. 대한민국 수출과 전체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전자 정보통신부문은 1조9898억원으로 생명공학의 2조1452억원에 밀렸다. 처음으로 생명 분야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정부의 R&D 투자 원칙은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국가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생명공학이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당장 생명공학 R&D에 집중한다고 이 두 가지 원칙이 충족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그간 수출로 검증받은 분야는 전자정보통신 부문이 유일하다.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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