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가전 품목의 시장 점유율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업체마다 제시하는 점유율이 전체 점유율(100%)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아 ‘시장 수치’ 진위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믿을 수 없는’ 시장 점유율은 정확한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든 가전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유통망에 의존하는 PC·프린터·휴대폰 등 IT 품목과 달리 가전 제품은 주요 업체가 자체 유통망 위주로 판매가 이뤄져 시장조사 업체도 정확한 점유율을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LG전자는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0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체 집계 결과, 전년 48.6%에서 49.8%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금감원 보고서에서 주요 시장조사 업체 등을 인용해 44.1%에서 44.4%라고 언급했다. 비슷한 시점에 대우일렉은 지난해 냉장고 점유율을 15% 안팎으로 집계했다. 외산 업체를 제외하고 세 개 업체 점유율만을 합치면 108.9%로 100%를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는 김치냉장고 분야에서 시장 수위를 달리는 위니아만도는 제외한 수치다.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주요 유통 채널에서 경쟁사 대비 판매 기준으로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전년 53.4%보다 2%포인트(p) 가량 올라간 55.6%라고 발표했다. 삼성은 45%에서 다소 줄어든 41.9%라고 밝혔다. 대우도 지난해 하이마트 등 전자 전문점에서 집계한 판매량은 30%를 넘어섰으며 모든 유통점을 기준으로 한 판매량도 전체 시장의 24%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세 개 업체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무려 120.5%에 달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TV시장 데이터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과 LG전자 두 회사 점유율만으로 100%를 훌쩍 넘는다. 결과적으로 삼성·LG전자 외의 소니나 중소 TV업체 등은 지난해 단 한 대의 제품도 못 판 셈이다. 삼성전자는 Gfk 데이터를 인용해 51.4%, LG전자가 자체 조사 결과 50.5%로 집계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101.9%가 돼 전체 시장 100%를 초과한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사 방법과 기준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는 것은 어느 한쪽에서 과대포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자칫 서로 경쟁을 의식한 무성의한 시장점유율 데이터가 전체 가전 브랜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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