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발행되는 5만원권을 자동화기기(ATM)에서 바로 이용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5만원권 도안 확정부터 발행 시점까지 일정을 촉박하게 잡는 바람에 5만원 전용식별기 개발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 당초보다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1차 테스트에서 세 건의 고장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ATM 개발사가 5만원권 전용 식별기를 단기간에 개발하기 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개발비가 크게 높아져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은행들은 5만원권 전용 단말기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발행 6개월 전에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3개월 정도밖에 시간을 안 줬다”며 “시간을 최대한 맞추려 하다보니 인력과 개발비를 많이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은행은 5만원권을 인식하기 위한 기존 ATM의 식별부 교체 비용으로 500만원, 신기기 비용은 3000만원 이내를 예상했으나 개발사들은 교체에는 700만∼800만원, 새 기기에는 3300만∼3400만원을 요구했다.
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은행들은 구매에 소극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매를 서두를 단계가 아니다”며 “고객을 위해 설치하면 좋겠지만 필요성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도 ‘협상 가격 미확정’을 이유로 구매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만 6월 15일까지 자동화기기를 납품받아 설치할 예정이다.
더욱이 일부 시중은행은 1차 테스트에서 3개 항목에 걸쳐 ‘개선사항(에러)’을 발견, 제품 채택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에러가 발생하자 개발사 측은 이달(4월 13∼17일) 예정된 테스트 기간 외에 추가 테스트를 제안한 상황이다. 장광호 한국조폐공사 품질경영실 부장은 “일부 업체가 3차 테스트기간을 요청하고 있다”며 “요구하는 업체가 많으면 5월에 테스트기간을 갖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5만원 지폐를 6월 내놓을 예정이며 발행 시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5만원권은 위조방지기술이 대거 채택된데다가 47년 만에 지폐에 여성이 들어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신사임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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