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오라클이나 SAP,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 같은 척박한 국내 SW 시장의 현실이 오히려 SW 기업 스스로가 해외진출밖에 길이 없음을 깨닫고 이를 추진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점은 사뭇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국내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시장 개척에서 자금투입, 현지 고급인력 채용 등 몇몇 외적인 투자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이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그 결과는 실망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SW 기업, 특히 기업용 SW를 다루는 전문벤더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해외진출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조직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표지역을 선정했다면 지역 내 경쟁사와 경쟁제품을 정확하게 조사 분석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 접근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경쟁사의 장점을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뛰어넘겠다는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상세하게 준비돼야 하며, 이를 갖추고 난 후에 영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 창업의 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회사도 해외에 나가 보면 황당한 일을 많이 당한다. 고객이 안 만나주기 일쑤며,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제품을 소개할 자리를 만든다 해도 글로벌 업체들만을 상대해온 그들의 시각과 안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 때문에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셋째, SW 비즈니스에서 외국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경쟁자가 없는 제품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들은 완벽한 현지 언어로 고객에게 정확하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의 기능을 잘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보다 한 단계 위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지언어로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제품을 사용하게 될 고객의 업무에 대한 지식까지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해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넷째, 회사소개서에서부터 제품과 관련된 모든 영업, 기술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그 자료들은 현지어로 완벽하게 번역이 돼야 한다. 특히 IT나 고객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전문용어들은 일반 수준으로 번역해 버리면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문서가 돼 버린다. 이 같은 자료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즉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객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권으로 진출을 꾀한다면 국가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우기 보다는 고객을 포용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넉넉함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다.
우리 SW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유수의 SW 업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뛰어난 인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거기에만 생각을 두면 악순환의 연속이 지속될 뿐이다. 철저히 준비해서 당당히 세계무대에 도전해 나가고 성과를 쌓아가는 업체가 늘어난다면 우리도 글로벌 SW 기업을 갖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brian.min@mir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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