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IT가 절망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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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의 풍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절망과 희망이 교차 반복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IT정책 실종으로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후자는 이를 넘어 새 봄에 대한 의지를 잉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절망과 희망은 맞닿아 있다.

 IT 산업을 놓고 보면 전자가 훨씬 진하게 배어난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로 해외 수출이 타격을 받은 데다 국내 시장 또한 크게 위축돼 있다. 인건비 비중이 큰 데다 기업들은 앞다퉈 정보예산을 줄이거나 집행을 유보한다. 기존 시장은 물론 새로운 시장마저 열리지 않고 있다.

 디지털 뉴딜 예산마저 3분의 1 토막이 났다는 소식은 그래서 IT 업계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각 부처에서 올린 1조2000억원마저 40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30조 슈퍼 추경을 짰다고 하면서도 IT 부문은 1조원에도 크게 못미친다.

 정부 정책마저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장의 일자리 창출이니, 경기부양이니 하다 보니 가로수 가지치기 같이 눈에 보이는 정책에 매달린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턴십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현재와 미래의 성장동력인 IT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IT 경쟁력은 8위로, 지난해 3위에서 5단계나 추락했다. 정보통신 활용도는 18위 수준에 턱걸이했고 과학기술 역량도 OECD 국가 중 12위로 주저앉았다.

 위성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5일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장거리 로켓 ‘은하 2호’에 실어 쏘아올렸다. 그동안 위성입국을 호기롭게 외쳐대던 정부 당국자로서도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 수준에서만 보면 할 말이 없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환기 국산화 사업과 반도체, 휴대폰, 인터넷 부문서 세계적 수준의 위상을 수립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IT강국으로 인정도 받았다.

 무엇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역할이 컸다. 군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 산업을 외치면서도 과학기술 입국을 외쳤다. 5공 때도 교환기 등 정보통신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역할을 해냈다. 문민정부 때 CDMA 성공의 단초를 마련했다. 국민의 정부 때는 IT벤처 붐을 일으켰다.

 희망이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나선다는 전제 하에서다. 관심만이라도 좋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관심 하나 하나가 톱니바퀴가 돼 산업을 돌아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브레인들이 움직이는 법이다. IT 컨트롤 타워는 다음 얘기다.

 위기가 기회라는 얘기는 그래서 더욱 희망적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현재의 성장동력은 물론 미래의 먹거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포스트와이브로, 포스트휴대폰, 포스트반도체, 포스트디스플레이 등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하고 정책적 로드맵도 다시 한번 손질해야 한다.

 이제는 녹색(GT)의 시대다. 전세계적인 화두가 GT로 연계되고 있다. 하지만 IT·NT·BT 등 기반 기술이 없는 GT는 허구다. 산업 전부문이 IT·NT·BT 등 기반기술에 좌우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IT는 NT·BT·GT의 근간이다. IT가 이제 절망이 아닌 희망을 잉태하도록 하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전적으로 달렸다.

  박승정부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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