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각 기업들의 경영 화두는 단연 ‘위기관리’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비용절감’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아낄 것은 최대한 아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각 기업들은 대표이사 등 주요 직책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들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기업소모성자재(MRO) 업계 빅3 CEO가 모두 재무통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화된 경영환경 속에 이자율과 환율, 주가 변동성 확대로 기업의 재무위험이 증대됨에 따른 체계적이며 과학적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전문가=김태오 서브원 사장(59)은 온화함 속에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1975년 LG화학에 입사한 그는 LG에서 재무통으로 통한다. LG기획조정실 재무팀장과 LG상사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쳐 LG 정도경영TF 팀장을 역임했다. 꼼꼼하고 숫자를 잘 기억하기로 소문난 그는 2004년 서브원을 맡아 4년 만에 거래액을 4배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외형 성장은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사업확장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무통인 김 사장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58) 역시 국제금융통이다.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런던법인 주재원, 국제금융부장 등을 거쳐 파이낸싱 프로젝트 업무로 잔뼈가 굵었다. 직원들은 현 사장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승부사’라고 말한다. 국제금융부장을 맡으면서 여신 리스크에 크게 기여한 기록도 있다. 현 사장은 직원들에게 창의적이면서도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주문한다. 금융전문가로 다져진 그의 승부사 기질이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박종식 엔투비 사장(56) 역시 재무와 기획을 겸비했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해외투자사업실 사업개발팀장과 투자사업지원실장을 거쳐 포스코강판 경영지원실 상무이사를 맡았다. 박 사장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만큼 신중하다.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신사업 개발보다는 엔투비의 정체성을 먼저 찾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투명과 정도경영=LG그룹 정도경영TF팀장을 역임한 김태오 사장은 ‘고객은 믿어야 맡긴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룹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을 체계화하고 체질화시키는데 앞장선 그는 MRO사업에 있어 신뢰가 핵심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기업간 B2B사업과 구매대행 등으로 LG의 수익 증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비스 회사 CEO답게 직원 가족이 출산하면 꽃다발을 보내주는 자상함도 갖췄다.
현만영 사장도 투명과 공정경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점 의혹 없이 일하는 곳에서 자연스레 매출이 오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의 성공을 도와주는 기업이 돼라’고 강조한다. 박종식 사장은 지난달 31일 취임하면서 ‘윤리경영과 공정거래’를 경영키워드로 제시했다. 엔투비의 강점이자 고객이 MRO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사업 규모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불경기일수록 재무·기획통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지금처럼 고객이 지갑을 닫으면 시장과 소통이 빠르고 금융 관련 능력이 뛰어난 CEO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한다.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에 빨간 등이 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재무통 CEO’가 어떤 능력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