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는 국내 1인칭슈팅게임(FPS)의 대명사로 통한다.
오락실서 즐기던 슈팅게임을 온라인화한 박철승 드래곤플라이 사장(41)은 그저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유저의 한 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저 게임을 좋아했어요. 대학에 가서도 게임을 즐겼죠. 친구따라 게임아카데미에 갔다가 덜컹 수강생이 됐는데 그게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어요.”
박 사장이 게임 쪽에 발을 들인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대학 4학년 때 게임아카데미에 갔다가 컴퓨터 음악을 배우려는 목적으로 수강을 했다. 하지만, 1년여가 넘도록 아카데미에는 컴퓨터 음악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고 원치도 않던 게임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됐다.
“처음엔 게임 프로그래밍에 별로 재능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강사가 게임엔 소질이 없으니 다른 걸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반발심으로 일주일을 꼬박 세워 게임프로그램 과제를 해냈다. 수강생 중 유일하게 2명만이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그 사건(?)으로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95년 아카데미강사 2명과 동기생 3명이 모여 동숭동 쪽방에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는 곳에서 드래곤플라이는 날개를 펼 준비를 했다.
박 사장은 그곳에서 10개월을 고생한 끝에 ‘운명의 길’이라는 PC게임 개발에 성공했다. 운명의 길을 만들어 벌어들인 돈은 1000만원뿐이었지만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1997년 ‘카르마’를 탄생시켰다. 이때 SK게임즈와 판권계약을 맺고 회사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돈이 창업자금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법인을 세웠는데 IMF한파가 몰아쳤죠. 또, 스타크래프트와 DDR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PC게임은 철저히 외면당했어요. 회사 정리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박철승 사장은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2002년 ‘카르마 온라인’을 내놨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카르마 온라인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지금의 드래곤플라이를 있게 한 ‘스페셜포스’를 출시했다.
“카르마 온라인은 세계 최초의 온라인 FPS 게임이었고 누구나 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였죠. 스페셜포스는 철저히 상업화에 신경을 쓰고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켰어요.”
10여 년을 넘게 게임 개발에만 몰두해온 박 사장은 “긴 시간이 걸리는 게임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력과 끈기”라며 “끝이 안 보이는 작업에서 승리하는 길은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배려였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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