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IT코리아 신화를 재현한다] 특별기고-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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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거기에는 정보통신부의 해체와 IT 가치사슬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 ‘IT 강국’에 대한 향수, 그리고 세계 정상 재도약의 갈망이 혼재돼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정보통신 발전이 정체됨은 정통부의 해체 때문만은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통신 서비스 시장은 그 이전부터 포화 변곡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돌파구로 찾은 IPTV 서비스는 방송과의 충돌로 벽에 부딪혀 진로를 찾지 못했다. 또 무선 인터넷 시대의 총아 와이브로는 그 탁월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에 있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변환의 시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과거 TDX 개발은 기성 제품을 자력으로 만든 것이고, CDMA 개발은 이론상 존재하는 것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었다. 와이브로 개발에 이르러서 비로소 독창적으로 새 시스템을 창시하게 되었는데, 이와 함께 남의 기술을 빌려 쓰는 단계를 넘어서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원천기술 연구에서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 새로운 장을 펼쳐나가는 전환점에 돌입해 있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는 정통부가 존속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히려 IPTV 서비스 실시, WIPI 의무화 폐지, 와이브로 010 음성서비스 허용 등 현실 타개를 위한 핵심적 결정이 어려워 새 출발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며, 어쩌면 IT와 전통산업의 접목에서 돌파구를 찾는 가운데 미래 개척보다는 산업 응용에 치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부합하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정보·통신 및 방송을 아우르는 용어)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ICT를 개발해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 제공에 이용하며, 이를 기존 제조업 등에 전수해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내는 일이다.

 이 ICT 생태계는 방송통신 사업자, ICT 제조업자, ICT 개발자, 방송통신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서비스 이용자로 구성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구성 요소들이 조화롭게 상승 발전할 수 있도록 향후 확대 개편될 예정인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활용해 오케스트레이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ICT 생태계는 ICT 개발, 장비 보급,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개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통해 ICT 산업을 동반 성장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구성 요소 중 단 하나라도 미비하게 되면 생태계로서의 기능에 중대한 결함이 생기게 됨을 유의해야 한다. 또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기여로 조성된만큼, 새로운 ICT 원천 및 기반 기술 개발, 표준 및 기술기준 제정,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개발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 제공으로 환원돼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사용돼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ICT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ICT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튼실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ICT R&D 체계를 수립하고 있으며, 과거 정통부가 IT성장의 사령탑으로 삼았던 프로젝트매니저(PM) 제도를 계승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방형연구센터(ORC)를 도입해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새 출발을 통해 하루속히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인 방송통신산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ICT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의 법·제도적인 기반환경 조성과 더불어 ICT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 그리고 민간기업의 분발이 요망된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신성장 동력, ICT 생태계 조성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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