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붙은 건설 경기로 홈네트워크 분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게 줄었으며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주요 대기업이 너도나도 진출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었던 산업계도 다시 전문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홈네트워크산업협회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조사한 산업 현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홈네트워크 기업 전체 매출액이 5054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364억원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하며 2006년 7384억원보다도 2000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협회 이경미 팀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대기업이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이 크게 늘고 경기 침체로 매출에 직접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는 또 올해 매출 전망과 관련해서도 “늘어난다”고 응답한 업체는 31.3%에 불과했다. 반면 “감소한다”고 내다 본 기업은 35.9%로 ‘현상 유지’(32.8%)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 올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홈네트워크 수요가 주춤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체는 대기업이다.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던 주요 대기업은 사업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은 이전에 비해 사업 규모를 조정한 상태다. LG전자도 국내보다는 해외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통신 김기석 차장은 “대기업이 시장이 뛰어들면서 홈네트워크 브랜드를 크게 알린 순기능이 있지만 가격 덤핑 등 시장 역기능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에 코콤·현대통신·서울이동통신 등 탄탄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앞세운 전문업체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19억원을 올린 코콤은 이보다 25% 증가한 750억원을 올해 경영목표로 확정할 정도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통신도 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매출 953억원에서 올해는 1300억원으로 경영 목표를 높여 잡았다. 코콤 고성욱 사장은 “홈네트워크는 노하우와 기술력이 시장을 좌우하는 대표 분야”라며 “가격을 무기로 일시적으로 반짝할 수 있지만 결국 해당 분야 전문 업체가 주도권을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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