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프라 위주의 하드웨어 구축 경쟁에서 지식정보 생산과 공유, 활용을 통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확보가 지상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질 좋은 데이터베이스(DB)를 더 많이 갖추고 이를 활용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IT인프라 강국의 면모는 갖췄지만, 이 같은 ‘소프트 파워’에서는 뒤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활용하지 못한 소프트 자원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0년부터 구축해온 ‘국가지식포털’이다. 3억건에 이르는 방대한 DB는 어찌 보면 디지털시대 최고의 문화적 경제적 유산이다.
전자신문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숨겨진 지식 보고(寶庫) 국가지식포털을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매주 월요일 ‘지식보고 국가지식포털’ 코너를 마련해 건설·한의학·고전문학·IT 등 생활 곳곳에 활용할 수 있는 국가지식포털 내 우수정보자원을 소개한다. 또 지식자원의 효과적인 유통 및 활용 방안 등을 기획면으로 다루는 한편 전문가 좌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국가지식포털 활용률이 높아질수록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최고 자원인 DB의 질도 덩달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지구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지구가 점점 좁아진다고 말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세계 각국의 지식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고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세계화가 각각 글로벌1.0, 글로벌2.0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세계화가 가능한 글로벌3.0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IT에서는 ‘글로벌3.0’과 맞닿아 있는 게 ‘웹2.0’이다. 공유와 개방을 모토로 한 ‘웹2.0’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휴먼 뉴딜을 통한 ‘1인 창조기업’ 발굴도 글로벌3.0과 웹2.0 환경에서 가능하다.
웹2.0의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지식 인프라에서 나온다. 활용할 자원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식 보고 이미 구축=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한국은 정보기술의 심장부이자 디지털시대의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흔히 ‘IT 인프라’ 하면 초고속인터넷망과 같은 HW 자원을 떠올리지만 지식정보자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00년 ‘지식정보자원관리법’을 제정해 선진국보다 앞서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학술·문화·과학기술 등에 관한 자료를 디지털화한 상태다. 작년 말까지 총 3915억원이 투입해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에 3억건의 DB를 구축했다. 여기에는 팔만대장경, 제주 민속문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 등도 수두룩해 보존가치도 적지 않다.
현재 국가지식포털은 1251개 기관과 연계 서비스 중이며, 601개 학회 및 협회가 자동등록시스템을 통해 매년 생성되는 지식정보자원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다음, 네이버 등 민간 포털에 연계 서비스해 월평균 이용건수가 2458만건에 이른다.
◇내실화·활용위주 사업 전환=지식포털은 지난 10년간 DB가 쌓이면서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하지만 DB의 질적 내실화와 활용도 제고는 과제다. 우선 DB 내실화를 위해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지난해 지정된 과제는 디지털화가 완결될 때까지 지속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이 제도에 따라 국가지식정보자원 47종이 지정되고 ‘연차별 디지털화 중장기 계획(2008∼2012년)’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있다.
활용을 위한 정책도 속속 수립되고 있다. 우선 통합검색시스템인 ‘국가지식포털’의 길잡이 기능을 강화해 국민이 더욱 편리하게 구성하는 한편 접근 채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식정보를 활용해 국민과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식정보자원 원문 DB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인프라 마련과 제도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원문DB는 원소스멀티유스 개념의 부가산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정보자원 관리 프로젝트 추진=지식정보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도 마련된다. 행안부는 지식정보자원 현황, 관리실태, 이용 수준 등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평가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식정보자원 관리 평가제도를 우리나라 지식정보자원 수준 진단뿐만 아니라 국가 및 공공기관의 지식정보서비스 품질향상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연기 정보문화진흥원장은 “이미 검증된 고품질의 국가지식을 활용해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국민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며 “국가지식포털은 활용률이 높아지고, 국민의 피드백이 늘어날수록 더욱 양질의 DB를 갖추는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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