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광물자원공사(사장 김신종)가 추진중인 5조원 규모의 초대형 해외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26일 국내 금융업계와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김신종 사장(59·사진)이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가장 의욕적으로 매달려온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사업’이 국제 니켈가격 하락과 현지 정치 소요 등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36억달러(약 5조원)가 투입된 초대형 해외광산 개발사업이다. 이 가운데 광물공사 등 국내 자본 비율은 총 27.5%인 약 1조4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최근 마다가스카르의 반정부 세력이 정권을 전복하면서 현지 정국이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지면서 자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애초 계획과 달리 광산 설계가 일부 변경돼 개발 공정도 더딘 상태다. 특히, 공사 측이 자신하던 니켈가격(톤당 3만달러 이상)이 최근 톤당 1만달러 이하로 급락, 현지 광산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마다가스카르 개발 펀드에 참여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매수 지분 가운데 일부를 처분, 수 천만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현재 이 펀드에는 대우증권과 동부화재·금호생명·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자본들이 총 1300억원을 투자해 놓고 있어 참여 증권·보험사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우려된다.
최근 해외광산과 관련한 기업 인수합병(M&A) 추진과정에서 공사 측이 보이고 있는 사업행태도 문제다. 국내 M&A자문 전문업체 관계자는 “인수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인수 자문사(투자은행)부터 선정하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다른 자문사들이 발굴한 물건에 대한 인수는 검토조차 할 수 없고, M&A 과정상 모든 헤게모니를 자문사에 뺏기게 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권 차원에서 해외자원 개발을 강조하다 보니, M&A의 성패보다는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사 측의 조급증과 전시주의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광물공사 관계자는 “공기업 특성상 M&A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기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본 손실에 대해서도 “원래 그 정도의 손해는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이 펀드의 속성 아니냐”고 되물었다
현재 광물공사의 인수 자문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 하지만, 이와 관련해 광물공사의 강천구 홍보실장은 “확인해줄 수 없으며, 추후 공식 보도자료로 발표하겠다”고만 밝혀 사업 투명성 확보라는 당초 명분을 희석시켰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