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남북한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출발점으로 인식되면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출발했다.
실제로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을 한국의 기업인들이 자가용과 버스, 화물차를 이용해서 넘나들며 남북한 경제협력의 새 문화를 창출해 가고 있다. 매일같이 1000명에 가까운 남한사람이 공단을 출입한다. 매일 아침 수십, 수백대의 차량이 공단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공단 내에는 이미 4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97개의 한국기업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 남북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생산량은 연간 2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 가운데 15% 정도는 해외로 수출된다. 북한 근로자들은 월평균 100달러 정도를 받는다. 개성시는 사실상 개성공단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한국정부는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 최신 공단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수자원 공급 및 교육시설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어떤 공단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 놓았다. 아마 개성공단을 방문해 본 북한 당국자들은 내심 놀랐을 것이다. 개성공단을 처음 방문하는 남한사람들도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휴전선을 넘어 불과 몇 분 거리에 북한이 있었고 그 안에 잘 만들어진 공단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성공단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 개성공단의 겉모습은 화해와 협력, 남북한의 미래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동은 이런 개성공단의 앞날을 너무도 어둡게 하고 있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단 내에 있는 인명과 재산을 자기들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개성공단의 칼자루는 북한이 쥐고 있으니까 아무 소리 말고 처분만 기다리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항상 내재돼 있던 것이다. 개성공단에 가기 위해서는 신고와 승인이라는 절차가 까다롭게 진행돼 왔다. 북한 측이 승인을 하지 않으면 공단으로 갈 수도 없고, 나올 때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북한이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용과 임금 지급에서부터 인터넷 사용에 이르기까지 겉모습은 첨단이지만 실제 운영방식은 구식에 머물고 있다. 북한이 첨단 방식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수가 늘면서 체제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다는 걱정을 토로하는 일도 있다는 말이 북한에서 들려오곤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개성공단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북한도 역시 개성공단이 북한체제에 그렇게 부담이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챙기기 위해 사업파트너를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하는 것은 이미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선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개성공단이 과연 최선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생산기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체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공단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측면을 앞세우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개성공단을 무리하게 끌고 가선 안 된다. 북한을 좋은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어려움은 감수할 수 있다는 사고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현지 진출한 기업들만 힘들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2단계, 3단계 사업이 밀려서 추진되고 수백개의 남한기업이 들어가서 수십만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수십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더라도 북한이 여전히 현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때 가서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북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지금은 비록 많이 아프고 힘들 수 있지만 재앙의 근원을 제거해야 살 수 있다는 고민을 심각히 해야 할 시점이다.
동용승 SERI 연구전문위원/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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