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온라인 게임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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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우리나라 게임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경기 불황의 여파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내 다른 산업들에 비해 우리만 잘했다고 칭찬받기가 좀 미안스럽기까지 하다. 게임산업은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 원자재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 수출액 전부가 이익으로 연결된다. 자동차 수만대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외화보다 게임 하나를 수출한 순이익이 더 많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 됐다.

 온라인 게임이 산업으로 태동한 지 10년을 넘어섰다. 단순한 커뮤니티 게임에 그쳤던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기까지 온라인 게임 시장은 개발자들의 창작 노력과 헌신 속에 혁신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업계의 열정이 오늘날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주류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지난 2008년은 글로벌 시장 확대로 한국 게임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남게 됐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온라인 게임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일부 현직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이내에 한국 시장에서조차 한국산 게임의 비율이 60%를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이 성장할수록 안팎의 견제는 치열해진다. 콘솔 및 PC 기반으로 움직이던 외국의 덩치 큰 게임사들은 노다지 시장인 ‘온라인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우수 콘텐츠의 온라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저 시장 중국은 자국 게임이 이미 시장을 석권했으며, 대만 일본 등도 자국 게임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기업도 다수 있다.

 위태로운 1등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창성을 가꿔야 한다. 게임산업은 기술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거대자본과 첨단기술보다 순수한 감성이 훨씬 값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판을 뒤흔들고 있는 ‘워낭소리’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과 같이한다. 닌텐도의 DS와 위의 대표 타이틀들의 특징이 그러하다. 기술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소구하며, 일 생활의 고민과 갈증을 게임으로 끌어들였다. ‘머리가 좋아지는’ ‘다이어트Fit’ ‘매일매일 영어훈련’ 등이 초반 DS와 위의 안방진입의 첨병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우리가 보기에 쉽게 나올 듯한 제품들도 각고의 노력과 열정으로 태어난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노력과 열정의 흔적들이 최근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부활’이다.

우리 회사가 만든 ‘라테일’은 초반, 전혀 새롭지 않은 2D 횡스크롤 게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5개국에서 서비스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콘텐츠가 됐다. 한번 움츠린 제품을 다시 가꾸고 새 길을 찾으면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거대한 자본만을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충분히 자라지 못한 가능성 넘치는 보석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것을 찾아 감성을 넣어주고 포장하고 다듬어 주면 전혀 다른 모양과 제품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그 믿음은 지속적이고 한결같아야 한다. 초보 산업에서 중견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더욱 큰 지혜가 필요하다.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가까운 우리 주위부터 추스르고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 감성의 눈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우리 산업의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김강 액토즈소프트 사장 kkim@acto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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