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재진입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증시관계자들은 환율이 당분간 하향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완만한 하락세가 증시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0.9원(1.48%) 내린 1391.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9일 1300원 진입이후 1거래일 만에 복귀한 것이다. 환율 하락의 영향에 힘입어 주식시장도 전일보다 큰 폭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전일보다 28.56포인트(2.44%) 오른 1199.50으로 1200선에 바짝 다가섰고 코스닥 지수도 8.52포인트(2.13%) 오른 409.23으로 400선에 안착했다.
최근 환율 하락이 미국이 국채를 통해 통화량을 확대하는 양적완화 정책에 기인한 것이란 점에서 증권가에선 환율의 방향에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의 환율 정책은 외화유동성 부족의 우려를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증시의 강세 요인이던 IT·자동차 등 수출주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고 또 약달러가 원자재 가격 상승의 빌미로 제공될 수 있다. 달러세가 약해질 경우 달러에 쏠렸던 투기 자금이 대거 원유, 금, 동 등 원자재로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는 환율의 하향 안정이 1200선 안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이어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간 환율 상승은 달러부족이 원인이고 금융시장의 위험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에 일단 원달러 환율 안정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 약세로 그간 달러에 투자되던 투기 자금이 원유나 금 등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실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는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도 “환율로 인한 급한 불은 꺼졌다”며 “환율이 당분간 1380원대에서 안정을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주식형 펀드 지분이 4.6%로 낮고, 편입비율 95%에 달해 투신권의 매수여력이 높지 않아 코스피 1200선 안착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율은 이달 초처럼 1500원까지 상승하진 않더라도 빠르게 하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효근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 하락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약달러가 원인이지만 그간 환율 상승의 요인이었던 대내외적 요건이 해결되지 않아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즉 그간 해외 시장 불안으로 인한 선박수주 취소 우려, 외환보유고 적정성, 은행의 차입금 부족과 동유럽 금융 불안이 해소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적완화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유럽과 일본도 금리 인하에 이어 채권발행과 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펼수 있어 달러약세의 속도는 완만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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