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 새 CEO 선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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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 사상 최악의 엔고현상 등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교체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정리해고의 칼을 빼들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문책 인사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CEO를 바꾼다 해도 문제의 원인인 대외환경을 바꿔놓을 만한 묘수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기업들의 잇따른 수장 교체는 분위기 쇄신의 목적이 강하다.

 19일 일본 업계에 따르면 흑자기조를 유지해오다 갑작스레 적자로 전환한 도시바, 소니, 히타치제작소 등의 전자업체를 비롯해 수십년 또는 십수년만에 적자 충격에 휩싸인 도요타자동차, 혼다자동차 등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올들어 수장을 교체했다.

 도시바는 니시다 아쓰토시 현 사장의 후임으로 사사키 노리오 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니시다 사장은 대표권이 없는 회장으로 물러난다.

 3월 결산법인인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부진으로 2800억엔의 연결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니시다 전 사장이 지난해 말 이번 위기상황을 놓고 “100년만에 한번 있는 위기”로 표현한 바 있고, 18일 기자회견장에선 사사키 신임 사장이 이번 인사가 문책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지만 업계는 문책성 인사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전자 브랜드인 소니는 지난달 주바치 료지 사장을 부회장에 임명하고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이 사장을 직접 겸임하는 파격적인 인사안을 내놨다. 외국인 회장이 사장까지 겸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말 1만6000명의 감원 계획과 함께 생산거점 통폐합 계획을 발표한 소니는 오는 3월말 결산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2600억엔에 달하는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 역시 LCD TV 등 주력인 전자분야의 부진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인적 쇄신을 통한 경영 재건을 선택한 셈이다.

 히타치제작소도 4월 1일부로 후루카와 가즈오 사장을 부회장으로 물러나도록 하고 후임 사장 겸 회장에 가와무라 다카시 자회사 사장을 전격적으로 승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회사의 2008년 회계연도 실적은 7000억엔의 적자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도 장기간 고성장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일본 자동차 업계의 CEO들도 문책성 인사를 빗겨가지 못했다. 창사 70년만에 손실을 기록하게 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월 일찌감치 새 수장으로 창업자의 증손자인 도요타 아키오 부사장을 임명했다. 창업자 가문 출신이 사장에 오르기는 그의 숙부였던 도요타 다쓰로가 1995년 사장에서 퇴임한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15년 만에 분기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혼다자동차도 차기 사장으로 이토 다카노부 전무이사를 내정하는 등 수장 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으로 전대미문의 대불황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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