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진영과 반KT 진영에는 각기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KT-KTF 합병을 향한 업계 관심은 어느 순간 ‘인가’에서 ‘조건’으로 옮아갔다. 이 때문에 방통위 합병 심사의 관전 포인트는 합병 인가 조건에 쏠렸다. 결국 KT는 합병이라는 큰 틀에서 승리했고, 조건에서는 핵심 쟁점인 필수설비와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붙인 SK텔레콤이 선전했다는 평가다.
◇필수설비, 번호이동, 무선망 개방의 세 가지가 인가조건=관심이 집중됐던 필수설비 문제는 결국 합병의 인가 조건으로 최종 결정됐다. 필수설비는 반KT 진영으로서는 장기적인 경쟁조건이다. 특히 합병심사 과정에서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필수설비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만큼 방통위의 향후 행보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또 유선·인터넷전화 간 번호이동제(LVNP) 개선도 포함됐다. 유선전화의 번호이동 절차 개선은 반KT 진영의 가장 현실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다. 시내·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은 과도한 개통 소요기간과 낮은 개통 성공률 등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저조해 후발사업자의 가입자 유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반KT 진영의 주장이다.
모바일인터넷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 되는 ‘무선망 개방’도 합병 조건으로 붙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모바일인터넷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KT 진영이 합병 자체보다 필수설비 문제와 번호이동제 등 조건을 더 부각시킨 것도 합병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KT-KTF 합병에 붙은 인가 조건은 향후 방통위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로, 합병 KT를 둘러싼 시장환경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기도 하다.
◇KT ‘안도’, SKT·LGT ‘아쉬움’=KT는 “합병 인가 결정은 유무선 융합을 통한 IT산업 재도약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합병과 무관한 인가조건들이 부과된 점은 다소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은 “합병에 대해 다각적인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쳐 내린 조치사항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방송·통신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시장 안정화 등 더욱 구체적인 방안이 조치되지 않은 점은 아쉬우며, 향후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은 “향후 KT 합병에 따른 통신시장의 복점화로 경쟁제한적 폐해 발생 시 엄격한 시장감시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고, 국내 통신시장의 발전 및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후발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와이브로는 인가 조건서 제외=당초 예상됐던 와이브로 활성화 조항은 인가 조건에서 빠졌다.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온 KT로서는 한 짐을 던 셈이다. 공식적인 표명은 안 했지만 와이브로가 인가 조건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 SK텔레콤 역시 내심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합병 조건에는 안 붙었다고 해도, 정부는 국가 정보통신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에 대한 책무 이행을 강조해 와이브로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 독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방통위 향후 정책 ‘관심’=방통위는 인가조건 부여와 함께 전국 농어촌 지역 광대역통합망 구축, 국가 주요 통신시설의 안정성 유지, 국가 정보통신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에 대한 책무의 지속적 이행 및 가입자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번 KT-KTF 합병으로 유무선 사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합병으로 KT가 규모를 확대해 글로벌 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을 갖출 것이며, 다양한 결합상품 증가로 요금·품질·상품 경쟁이 제고돼 국민의 통신 편익과 선택권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합병 인가조건과 병행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설비제공제도·유선전화 번호이동제도·회계제도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심규호·김원배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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