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투명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SF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핵심부품이 최근 개발됐다. 연세대 임성일 교수팀이 개발한 투명박막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투명 CMOS IC가 그것이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명한 LCD, 투명한 전자회로, 투명한 트랜지스터가 있어야 한다. 이 중 가장 개발하기 어려운 것이 투명 트랜지스터였다. CPU에 사용할 수 있는 투명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이번에 개발된 CMOS 인버터 소자란 p형 반도체 채널과 n형 반도체 채널을 가진 두 개의 트랜지스터를 직렬로 연결해 증폭기 등의 아날로그 회로나 전자계산기 등의 디지털 논리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필수 단위 소자다. 임성일 교수는 “이번 개발로 집적회로도 투명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계산기나 TV모니터 등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미래에 각광받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이 크고 시각적인 요소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또 영화 등을 통해 상상하던 기술이라는 것도 인간이 그만큼 원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개발은 기술개발 속도와 예측을 한참 뛰어넘은 혁신적인 성과다. 임 교수는 “지난 2007년 11월 ‘니케이 일렉트로닉스’ 아시아판은 투명소자의 로드맵 예측에서 (당시로부터) 5∼10년 이후에나 CMOS IC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번 개발은 당시 예측보다 훨씬 이른 2년 만에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가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언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지 모르기 때문에 투명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지는 시기도 예상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임 교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개발되는 시점은 2020년 안에 가능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얼마의 비용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10년 정도면 기술적으로는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임 교수는 첨단 신기술 연구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그는 “이번 연구를 할 때 도와준 사람이 많다”며 “성명모 한양대 화학과 교수, 김유진 홍익대 기초과학과 교수, 이승준 이대 전자공학과 교수 등 많은 분이 도와줬다”고 했다.
그가 거명한 교수들의 학문분야는 서로 다르다. 즉 다양한 학문이 모인 융합연구를 통해 성과를 낸 것이다. 임 교수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하지 못했던 것을 다른 학문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표현했다.
다음 연구 목표도 궁금해진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투명 메모리 트랜지스터를 연내에 개발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투명 메모리트랜지스터가 개발되면 투명 USB, 투명 IC카드 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 교수는 “응용물리를 전공하기 때문에 현실 생활에 활용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 철학 중 하나”라면서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내 역할이고, 그 연구성과를 활용하는 것은 상상력이 더 좋은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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