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2부)④ 게임으로 국방을 굳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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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속성은 대결이다. 특히 이미 짜여진 컴퓨터와의 대결보다는 변수가 많은 다른 사람과의 대결이 게임이 주는 묘미다. 게임에서 펼쳐지는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빠른 판단과 전략 및 전술,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협조가 필요하다. 바로 이 점이 국방 분야에서 게임이 활용되는 이유다. 적의 도발을 막고 만약의 경우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제압하는 국방의 기본 개념은 게임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제약 없는 훈련 가능=“실제 전투는 산과 들뿐 아니라 인구 밀집지역에서도 이뤄지는데 도심에서의 훈련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훈련의 제약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지역이나 건물을 아무런 제약 없이 실제 전투상황까지 연출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게임입니다.

 이원승 육군교육사령부 준장은 국방용 기능성게임의 전도사다. 이 장군은 이미 5년 전부터 군 전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기능성게임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국방용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전에서나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사실이다. 주변 환경은 물론이고 기후변화나 전투능력까지도 현실처럼 만들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참호를 쌓고 진지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장병의 부상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아직 군에서 사용하는 국방용 워게임은 대대급 이상의 대부대용 모델이다. 실제 작전에 근거을 두지만 마치 장기를 두듯 부대표시만 놓고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다.

 이 장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모델은 사람의 얼굴까지 등장하는 실감나는 체감형 게임이다. 이 장군은 “우리에게 필요한 국방용 기능성게임은 ‘스페셜포스’나 ‘서든어택’ 같은 것”이라며 “실제 작전지역과 기상 등을 배경으로 우리와 적의 장비는 물론이고 훈련에 참여하는 병사의 수준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입 초기지만 적극적 행보=현재 육군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워게임 모델은 총 3종이다. 사단 및 군단급 부대에서는 ‘창조21’과 ‘화랑21’ 모델을 이용하고 있고, 대대 및 연대급 부대에서는 ‘전투21’ 모델이 이용된다. 모두 부대 단위의 전술 훈련을 위한 게임이라 지휘관과 참모 등 장교들만 참여한다.

 이 장군의 말에서 나타나듯이 군 내부에서는 개인 병사들까지 참여해 실제 전투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게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교육사령부에서는 호주 보헤미아가 개발한 ‘VBS2’를 모델로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군은 게임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공군은 오래전부터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투기 조종사들을 교육해왔다. 초보 비행사나 훈련병에게는 실시할 수 없는 실전 비행 훈련을 게임으로 해결했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육 및 훈련은 전투기 외에도 각종 전투용 중장비와 선박 등의 활용법에도 적용 가능하다.

 공군은 비행시뮬레이션 이용해 민간인들에게 군의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첨단 기술을 자랑할 수 있는 행사로 공군참모총장배 비행시뮬레이션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작년 11월 에도 서울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17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앞선 해외 국방용 게임=해외에는 국방용 게임분야에서 앞선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 육군이 신병 모집과 훈련을 위해 개발한 ‘아메리카 아미’는 최초의 국방 기능성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게임은 수년 전부터 상용화돼 민간에서도 즐기는 대중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를 그대로 게임 속에 구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현재 공식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미 신병모집 거점에서는 CD로 무료 배포하거나 게임잡지의 부록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택티컬 이라키’와 같은 병사를 위한 언어 및 문화 학습게임과 ‘풀 스펙트럼 워리어’ 등 군사 훈련용 게임이 시판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용 게임의 산실을 자랑한다. 영국 국방부는 ‘인터랙티브 트라우마 트레이너’라는 기능성게임을 이용해 군인들에게 부상 시 긴급 대처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입은 부상을 종류별로 정리하고 적당한 의료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게임으로 보여준다.

 ‘토네이도 F3 트레이너’도 영국 국방부가 만든 기능성게임이다. 이 게임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인 토네이도 F3의 정비를 배울 수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센서가 달린 장갑을 끼고 정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적절한지를 게임이 판단, 숙련도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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