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과학과 윤리는 양날개로 난다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걸어놓은 족쇄를 풀고 지원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를 둔 과학적 결정을 내린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인데도 만감이 교차했다. 이 땅에서 과학연구가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은 가끔씩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일부 종교계를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의 독립성을 인정했다. 어떤 이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생명을 파괴하는 비윤리적 연구라고 한다. 지금도 아이를 가지려 온갖 노력을 하는 부모들이 다니는 불임클리닉에서는 수많은 난자와 배아가 버려지고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한 배아는 5년간 냉동보관 한 뒤 선택을 받지 못하면 즉시 버려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려지는 배아와 난자 중 일부를 다른 사람의 난치병을 치유하는 연구에 쓰는 것이 그렇게 비윤리적인 행동일까. 민주사회에서 가치관에 따른 의견 차이는 존중돼야 한다. 일부 종교계의 반발도 이해하지만 국민 과반수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호의적이라는 사실도 고려하자.

실현 불가능한 연구라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도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윤리 논란 없이 얼마든지 연구하고 임상시험도 진작에 시행됐다. 만일 성체줄기세포만으로 난치병 정복이 가능하면 배아줄기세포 논란은 무의미할 것인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영국, 이스라엘, 스웨덴, 중국, 그리고 전통의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 모두 윤리논란을 감수하면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어차피 줄기세포 연구가 실용화돼도 있는 사람만 오래 살고 없는 자는 손가락만 빨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답답함이다. 글리벡을 기억하는가. 백혈병 환자들과 그 가족에게는 그 비싼 약값 때문에 철천지 한이 되는 약이다. 왜 그리도 약값이 비쌀까. 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약은 특허의 가치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세월이 지나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줄기세포 치료 특허를 독점하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국내 힘없는 난치병 환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 그때 가서도 여전히 의료보험, 국민연금만 탓할 것인가.

지금 우리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파생될 가치를 개인의 폭리가 아닌 ‘공적 자원’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를 무겁게 짓눌러왔던 ‘윤리와 의혹의 덫’을 거두고 그 자리에 과학을 초대하자. 과학과 윤리가 양 날개가 돼 날아오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노광준 경기방송 PD pdnk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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