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ICT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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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신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이 수출이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는 연간 4000억달러어치 물건을 해외에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ICT는 1300억달러가 넘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비중의 31%를 차지한다. ICT 수출의 중요성은 이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문제는 ‘무엇’을, ‘어디’에 수출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상품 100개 중 ICT 산업 관련 품목은 41개(41%)다. 100개 중 생산(수출)규모가 10억달러(약 1조원)를 웃도는 품목은 13개였으며, 이 중 ICT 산업 관련 품목은 7개(54%)나 됐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히트상품 절반 이상이 ICT산업인 셈이다. 하지만, 자랑에 그칠 수 없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경쟁국가들의 거센 도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요하다는 ICT 산업에서도 부품·소재 분야는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밀린다. 우리가 세계 일류라고 생각했던 초고속 정보통신인프라도 OECD 조사 결과 우리나라(31%)가 댁내광가입자망(FTTH) 가입률에서 일본(36%)에 뒤지고 있다. 중국과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분야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겠지만, ICT 산업 독자적인 발전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는 기술표준 선점과 이를 통한 신규 부가가치의 창출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주목해야 할 수출지역이 중국, 중동, 중남미 시장이다. 이른바 3중 시장이다. 중국은 엄청난 외환보유액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고, 중동은 유가가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돈이 많은 부자 지역이며, 중남미 시장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플랜트 수요가 많은데다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는 9일부터 파견되는 남미 경제협력사절단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대통령 남미 순방의 후속조치로 이루어지는 이번 사절단 파견은 지식경제부의 주도하에 KOTRA,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단으로서, ICT 분야의 협력 도출이 목적이다. 특히 와이브로의 현지 진출을 핵심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와이브로가 3G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서 그 경제효과는 94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번 방문 대상국인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등은 모바일 인터넷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 기술표준과 제품, 서비스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국가가 우리 표준을 채택했을 때의 로열티와 관련 장비 수출에 따른 수익창출, 그리고 인접한 국가들로의 표준확산 등에 따른 경제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페루와는 IPTV 기술 및 기업의 현지 진출을 위한 정부 간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FTA 체결을 협의 중인 페루로의 IPTV 진출은 셋톱박스 등 관련 장비 수출은 물론이고 미들웨어 등 관련 소프트웨어와 운영 노하우, 나아가서는 관련 방송 콘텐츠까지 현지 진출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개척단이 달걀을 세운 콜럼버스와 같은 실행력을 갖춘다면, 아마존 강변에 있다고 상상된 황금향(黃金鄕) 엘도라도를 ICT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이한철 KOTRA 이사 전략마케팅본부장 hanlee@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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