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국내 한 백화점에 디지털 매장이 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매장 내 있는 테이블 위에 손을 갖다 대면 핸드백, 지갑 등 제품 이미지가 나타나 직접 상품을 고르는 것처럼 움직여 볼 수 있고 전자태그를 가까이 하면 가격, 소재 등의 제품 관련 정보가 3차원 홀로그램 이미지로 나타난다. 테이블이 일종의 전자카탈로그가 된 셈인데, 이는 테이블 자체가 하나의 PC처럼 구성돼 가능해진 것이다. 테이블 속에는 CPU와 프로젝터가 들어 있고 상판에는 터치스크린이 부착돼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해 구매 욕구를 높이는 동시에 다른 상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전자 카탈로그를 좀 더 쉽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테이블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쇼윈도를 터치스크린으로 바꿀 순 없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이 영국에서 나왔다. 비주얼 플래닛(visual planet)에서 개발한 ‘인터랙티브 필름(interactive foil)’을 쓰면 평범한 LCD TV도, 일반 유리도 터치스크린으로 변신한다.
투명 비닐처럼 생겨 아무 기능이 없을 것 같지만 필름 자체가 성능 좋은 센서다. 정전용량 검출방식, 즉 인체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인식해 작동한다. 정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의 물리적인 압력이 가해져도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건 유리 뒤에서 터치를 인식한다는 점. 필름을 유리 안 쪽에 붙여도 유리 밖에서 전해지는 정전기를 인식해 손님이 아무리 심하게 만져도 센서가 손상될 일이 없다. 인식할 수 있는 유리 두께는 최대 18㎜까지며 108인치까지 터치스크린으로 만들 수 있어 대형 쇼윈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원리는 이렇지만 어쨌든 소비자 눈에는 일반 유리 위에 투영된 이미지만 보이게 돼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광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그 비주얼을 보고 싶다면 서울 상암동으로 향해라. LG텔레콤 본사 내에 있는 고객 체험관을 방문하면 대형 유리 위를 떠돌아 다니는 이미지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