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위상에 걸맞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 한 해 불황의 파고를 넘어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호기로 맞을 전망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패널 업체는 확고한 기술 리더십과 양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일본 등 우리를 바짝 추격해 온 경쟁 상대를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술력을 축적해 온 장비·부품·소재 등 후방 산업군에도 올해는 절호의 찬스다. 지난 십수년간 삼성·LG라는 세계 양강의 패널 업체들로부터 검증받은 덕분에 이제 세계 시장에 내놔도 제품 경쟁력이 손색 없는 품목들이 다수다. 더욱이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환율은 국내 후방산업군이 해외로 발을 뻗을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면 올해야말로 다시 한번 기술 개발에 눈 돌릴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한 셈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LCD 패널 업체들은 초당 480장의 영상을 구현하는 TV용 LCD 패널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을 채택한 초슬림 LCD 패널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앞서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올해는 또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대면적(5.5세대) 능동형(AM) OLED 및 투명전극(ITO) 대체필름 등 차세대 기술을 민관 공동으로 개발한다.
국내 장비·부품·소재 업계는 엔고를 활용,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일본내 후방산업군이 주춤하는 사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몇몇 기업들은 올해 들어 일본 패널 업체의 적극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 스스로도 한국의 후방산업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제 오는 4월 국내에서 열리는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전시회’의 일본 참가 기업은 당초 30개사 50부스 정도로 예상했지만 두 달 가까이 남겨둔 현재 60개사가 133부스를 신청했다. 한국을 찾아오는 일본 기업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다. 비록 산업계 전반이 불황의 늪에 허덕인다고 하지만, 적어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게 올해는 세계 무대에서 코리아의 위상을 한껏 떨칠 기회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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